최근 대학 등록금 등 가계 교육비 부담이 고공행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금융 기업들도 임직원들의 자녀 학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자녀가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정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결국 대학 등록금 지원책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있다.
23일 본지가 주요 시중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및 증권사 총 3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금융 기업들은 임직원들에게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으며 유치원 이하 및 중·고등학교 교육비도 함께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한, 하나, 외환, 국민,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대부분 대학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해외 대학에 진학한 자녀에게도 국내 대학 평균치 기준으로 등록금을 지원한다.
다만 민영화를 추진중인 우리은행만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대학 등록금은 소액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점장을 포함해 은행원의 정년은 만 58세다. 하지만 최근 55세를 기점으로 희망퇴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지원받기 전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또한 55세부터 적용되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경우 연봉이 줄어 퇴직금 산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기 퇴직을 하는 경우가 늘었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은행은 KB국민, 우리, 외환, 하나은행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결혼을 늦게 하거나 자녀를 뒤늦게 가진 경우 대학 등록금 지원을 받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직원이 그다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결혼 평균연령은 남성 31.8세, 여성 28.9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0년보다 남성은 2.5세, 여성은 2.4세 연령이 높아진 것이다.
카드사나 보험사 역시 대학 등록금은 대부분 실비로 지원하지만 역시 55세라는 정년이 있어 혜택을 받는 직원이 많지 않다.
보험사의 경우 교보생명과 삼성화재는 근속 연수가 7년 이상, 대한생명은 10년 이상 돼야 전액 지원한다는 조건이 있다.
증권사는 대부분 대학 등록금을 지원하는 가운데 몇몇 기업에서만 연간 1000만원 등으로 지원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사립대 연간 등록금이 평균 770여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액을 지원해주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