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최근 중국 최대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시노펙(中國石化·중국석유화학공사)이 잇따른 부정비리 스캔들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4월 회사 공금으로 4억원어치 술을 구입하고 베이징 교외에 호화호텔을 비밀리에 운영해 물의를 빚은 데 이어 간부들의 거액 보너스잔치, 불량 휘발유, 물 탄 휘발유 등 스캔들로 잇따라 구설수에 올랐죠.
오늘은 바로 중국 경제발전의 핵심축이자‘비리의 온상’으로 불리는 중국 중앙기업의 문제점을 파헤치겠습니다.
중국에서 중앙기업(中央企業)이란 국무원 직속의 대형 국유기업을 일컫는 말로 흔히 중국인들은 이를 약자로 줄여 '양치(央企)'라고 부릅니다. 국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한 중앙기업은 그 동안 중국 경제의 핵심을 이뤄왔습니다. 예전에는 '철밥통'으로 통했으며, 지금은 '신의 직장'으로 여겨지고 있죠.
대다수 중앙기업은 핵·통신·항공우주·에너지·전력·철도 등 국가 주요 기간산업에 분포해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수 년간 민간경제를 살리기 위해 단행한 국유기업 개혁으로 현재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관리위원회(국자위)에서 관리하는 중앙기업은 과거 190여개에서 120여개까지 축소됐습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서 중앙기업을 포함한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어마어마합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경제가 국유경제에 기대 돌아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천즈우(陳志武) 예일대 금융경제학과 교수는 국유 경제 비중을 68% 이상이라고 추정하기도 했지요.
그럼 이처럼 중국 경제 발전의 핵심역할을 담당하는 중앙기업에 대한 여론의 눈초리는 이처럼 따가울까요? 바로 중국 경제발전의 성과를 이들 중앙기업이 독점적 지위와 자원 우위를 통해 독차지했기 때문입니다.
민간 기업들이 맨손으로 피땀 흘려 노력해 오늘날 대기업으로 성장한 반면 이들 중앙기업은 처음부터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으며 엄청난 이익을 거두고 호위호식했다는 것이죠.
실제로 지난 2009년 차이나모바일과 페트로차이나 두개 국유기업의 순익 합계(2180억 위안)가 500대 민간기업 전체의 순익(2179억5000만 위안)을 뛰어 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서민들의 국유기업에 대한 불만을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하지만 순익이 높다고 해서 기업 효율성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이들 중앙기업 조직이 비대하다 보니 비효율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지난 달 25일 발표된 '2010년 중국 상장사 재무지표지수'보고서에 따르면 민영 기업들이 수익성·성장성·자금상환력·영업력 등 방면에서 중앙기업보다 높은 걸로 나타났죠.
또 다른 문제점은 이들 중앙기업의 이익 독점이 중국 빈부격차 심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죠.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간 순익 차이는 결국 이들 두 기업집단간 직원의 소득 차이를 초래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잇따라 비리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중국 서민들의 중앙기업에 대한 불만은 극도에 달한 상황이죠.
중국 심계서(감사원)가 최근 발표한 중국 17개 중앙기업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7~2009년 이들 중앙기업 인사 65명(간부급 10명)에게서 공금유용, 영수증 위조, 거액 보너스 챙기기 등과 같은 위법행위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앙기업도 최근 들어 이미지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국 신징바오(新京報)는 중앙기업들이 적게는 수백만 위안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 위안까지 기업 홍보와 언론모니터링 등 기업 이미지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중앙기업들이 나서서 이미지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의 부패가 여론의 불만을 일으켜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중국 정부도 이들 국유기업에게 사회책임보고서를 의무로 제출토록 요구하는 한편 부정부패를 근절할 것을 연일 촉구하고 있죠.
최근 우리나라도 '부패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공기관과 공기업이 각종 비리와 도덕적 해이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상황을 돌아보면 인간의 탐욕이 초래하는 부패와 비리는 어느나라라고 예외가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씁쓸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