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개입 하면서 원점에서 다시 시작.. 일정도 못 잡아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이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지난 3월 초 방송통신위원회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통신요금 인하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활동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인하 방안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
1일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5월 중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다.
더구나 향후 발표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통신요금 인하 방안은 한나라당이 개입하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18일 당정협의에서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기본료를 낮추고 가입비는 폐지해야 한다”며 방통위의 통신요금 인하방안을 돌려보낸 데 이어 23일에는 방통위의 당정협의 요청마저 거부했다.
TF가 지난달 초 마련한 통신요금 인하 정책방안에는 △기본료·가입비 점진적 인하 △문자메시지 무료 제공 확대 △모듈형 요금제 도입 △청소년·노인 전용 요금제 출시 △블랙리스트 제도 추진 등이 담겼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기본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강력히 반발했던 이유다.
방통위가 가장 곤혹스럽게 여기는 대목이 바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수준이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를 5000만명으로 볼 때 가입자당 월 기본료를 1000원만 내려도 통신3사의 매출이 연간 6000억원 사라진다.
2000원 내리면 매출 감소 규모는 1조2000억원에 이른다. .
하지만 기본료 1000~2000원 인하는 ‘국민 체감 수준’에 한참 거리가 멀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국민 체감 수준의 요금 인하는 애초부터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통신요금 인하는 국내 통신산업의 활성화는 물론 경쟁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신3사는 올해 4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통신설비에 2조3000억원을, KT는 3조2000억원(유선망 포함), LG유플러스는 1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3사의 올해 총 설비투자액은 작년에 비해 48% 늘어난 7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늘어나는 데이터 사용량을 수용해야 하고 소비자의 통신속도 기대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통신설비 투자 축소는 국내 통신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함께 통신 품질 저하를 초래해 그 피해는 통신 소비자인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게 통신업계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