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해숙 "홀로된 엄마, 외딸인 나를 위해 모든것을 바쳤다"

2011-06-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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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의 영화in> 2일 개봉 영화 '마마' '귀여운 엄마' 류해진과 닭살연기

(아주경제 김재범 기자) 배우 김해숙(56)을 보면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시골 동네 허름한 국밥집 엄마부터 럭셔리한 백화점 회장님 엄마도 그가 맡으면 악착같은 모정이 배어나온다. 그래서인지 김해숙은 배우 김혜자에 이어 '국민엄마'로 등극하고 있다.

2일 개봉하는 영화 ‘마마’ 속 그가 맡은 엄마 ‘옥주’도 그랬다. 지난주 삼청동 한 까페에서‘엄마’ 김해숙과 만났다. 실제 모습 역시 영화 속 이미지와 같았다. 아침드라마 '하얀거짓말'에서 굉장히 히스테릭한 모정을 연기, 날카롭고 까칠할 것이란 선입견은 우려였다. 낯가림도 없고, 다정했다. 기자와 공감대를 이루는 대화에선 손을 마주 잡아줬고 웃었다. 그는 이번 영화속 엄마처럼 해맑았다.

- ‘마마’속 옥주란 인물은 지금까지 맡아온 엄마 중 가장 귀엽다.

“그래서 좋았다. 보통 엄마라고 하면 사연과 한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가. 엄마라는 단어가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캐릭터는 반대로 너무 밝아서 좋았다. 스스로도 옥주라는 캐릭터에 빠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귀여워 지더라. 정말 즐거웠다.”

- 아들인 유해진과의 '닭살 연기'가 화제다.

“내 주변에 실제로 그런 엄마들이 많다. 옥주는 아들 하나지만 내가 아는 분은 딸까지 있는데도 더한다. 다 큰 장성한 아들 발에 흙이라도 묻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 예고편에 나온 아들과 뽀뽀 장면이 편집돼 너무 아쉬웠다.

“뽀뽀라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그 만큼 서로 사랑하는 모자간의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부부나 모자지간이나 뽀뽀는 안하게 된다. 영화 속 두 사람은 말 그대로 닭살 모자이기에 너무 사랑해서 그 나이에도 뽀뽀를 한다는 게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애드리브를 했는데 편집돼 너무 아쉬웠다. 감독이 DVD에는 넣겠다고 그나마 좀 위안이지만 말이다.호호호”
사진 = 홍정수 기자
- 유방암 수술 뒤 엄마에서 여자로 모습이 넘어간다.

“옥주가 매력적이라 느낀 이유는 맑고 순수했기 때문이다. 어두운 과거를 갖고 있지만 너무 밝고 솔직하다. 특히 소녀 같은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아무리 엄마라지만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아들에게 그런 첫 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부탁을 하겠나.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엄마들도 소녀이고 여자일 뿐이다. 그걸 표현안하고 감수하는 것뿐이다. 어쩌면 잊고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엄마도 여자다.”

- 김해숙이 연기한 엄마라면 절절한 눈물이 필수였다. 그런데 이번은 좀 달랐다.

“엄마라는 캐릭터지만 매번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고 싶다. 그런데 이번 캐릭터는 정말 너무 달랐다, 마음 것 즐겼다. 참 재미있게 즐기면서 촬영했다. 세상에는 참 많은 엄마들이 있다. 그렇게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 원작이나 다른 영화를 참조안하는 배우로 유명하다.

“맞다. 처음에는 원작이나 비슷한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를 참조하는 게 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느낌을 중시하게 됐다. 어떤 작품의 어떤 배역을 맡건 그건 김해숙이 연기하는 것이기에 내 느낌으로 내가 해석한 부분을 살리려 노력한다. 어차피 배우라는 직업이 캐릭터를 창조하는 일이라 내 느낌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냥 내 연기를 그 배역에 입혀 주는 게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 그런 연기 철학을 대중들이 공감해서 김해숙의 연기에 감탄하는 것 같다.

“마음을 담아 하는 연기와 마음을 뺀 연기는 당연히 다르다. 그 역할에 공감하고 흠뻑 빠져 연기를 할 때 관객들도 열광하더라. 솔직히 연기 지론이나 철학 같은 것은 없다. 그냥 맡은 역할에 취하려 노력할 뿐이다.”

- 연기 몰입에 따른 후유증도 클 것 같다.

“유독 심하다. 나는 취미나 즐겨 하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오로지 연기뿐이다. 연기를 할 때는 정말 모든 것을 던진다. 그래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정말 힘이 든다. 드라마 ‘하얀거짓말’때는 정말 힘들었다. 당시 드라마 속 내 역할이 너무 가여웠다. 대중들은 악인이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그 배역의 심정이 너무 이해가 되더라.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영화 '마마'속 한 장면


- 결혼을 빨리했다. 그래서 엄마 역할만 하는 것 같다.

“23살에 결혼해 24살에 첫 딸을 낳았다. 당시 출산 뒤 복귀한 드라마가 ‘백년손님’이란 작품이다. 유인촌과 커플로 나왔는데 지금의 ‘시크릿가든’ 정도 인기를 끌던 작품이다. 극중 이름이 정화였는데 정화 머리가 장안의 화제였으니 말이다. 드라마 속 정화는 처녀인데 애 엄마라고 하면 큰일 아니냐. 당시 주부 탤런트는 내가 처음이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내가 ‘결혼했냐’ ‘안했냐’로 내기가 벌어졌고, 녹화가 있는 날이면 방송국으로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칠 정도였다. 결국 얼마 못가서 모든 사실이 밝혀졌지만 말이다.(웃음)”

- 어느 순간부터 국민엄마로 불린다.

“김혜자, 고두심 선배 이후 어느 순간 내가 물려받았다. 누군가 대를 이어가야 하는 것 아니겠나. 내 뒤에도 누군가 올 것이다. 어차피 세월이고 시간의 흐름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 지금도 보고 있으면 절로 엄마가 생각난다.

“너무 좋다. 나도 두 딸의 엄마다.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답고 편하지만 또 한편으로 가장 어려운 게 엄마인거 같다. 모든 분들이 엄마를 떠올리기에 나는 더 엄마 같은 배우가 되려 한다. 나를 떠올리며 많은 분들이 편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

- ‘장밋빛 인생’에서의 엄마가 기억에 가장 남는다.

“그때는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 내가 하루에 몇 번씩 인터넷 기사 검색을 했는데 전부 드라마 얘기로 들썩이더라. 당시 정말 열심히 했지만, 너무 역할에 빠져서 하다보니 끝나고 힘도 많이 들었다.”

- 고인이 된 최진실의 소식을 듣고 마음 아팠을 것 같다.

“너무 놀라서 우울증이 걸릴 정도였다. 가슴이 떨려서 빈소도 못갔다.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같이 작품을 하면서 정말 열심히 하던 모습이 생생했는데 그런 소식을 듣고 너무 충격을 받아 한동안 아무 일도 못했다. 당시 빈소에 갔다면 내가 살아갈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 홀어머니 밑에서 무남독녀로 컸다.

“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고교 때까지 내 등하교를 단 하루도 빠짐없이 도와주셨다. 반면 너무 엄격하셨다. 탤런트 생활을 시작해서도 통금시간이 저녁 8시였다. 당시 이유가 ‘홀어머니 외딸이라 다른 사람보다 더 바르게 커야 한다’며 나를 통제하셨다. 당시에는 너무 싫었지만, 당연히 지금은 엄마의 배려와 희생에 감사한다.”

- 배우 생활에 대한 엄마의 반대는 없었나.

“엄하셨지만 배우 생활에 있어서는 적극적으로 밀어주셨다. 탤런트 시험 마지막인 면접 때는 잘 보라고 옷도 한 벌 맞춰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멋지고 그 나이 대 분들에 비해선 정말 깨인 분이라고 생각한다.”

- 엄마 이외에 해보고 싶은 다른 역은.

“옛날에는 정말 많았는데 지금은 솔직히 없다. 그냥 배우 김해숙으로 보여 질 수 있는 역할이면 좋다. 배역에 대한 욕심은 정말 없다. 죽을 때까지 엄마 역할만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가 다른 느낌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 촬영을 앞둔 영화 ‘도둑들’에서 홍콩 배우 임달화와 러브라인이 있다던데.

“진짜냐. 나도 모르는데 기자들이 더 잘안다(웃음). 시나리오가 수정단계라고 들었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전해 들은 바 없다. 6월 말부터 촬영에 들어간다고 하던데 만약 그게 사실이면 로또 당첨된 기분이다.”

- ‘국민엄마’ 김해숙, 군부대 위문공연에 가면 아마도 ‘소녀시대’ 버금가는 인기를 누릴 듯 한데.

“하하하하. 정말 그럴 것 같은가. 근데 내가 군부대를 못 간다. 아마 무대에만 올라가도 울음이 터져 진행이 불가능 할 것이다. 예전에 ‘우정의 무대’를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난 딸만 둘이라 아들 가진 엄마들의 심정은 모르지만 대충은 알 것 같다. 만약 아들이 있어서 군대에 간다면 진짜 아들이 있는 부대 옆에서 이사를 갈 것이다.”

-두 딸이 전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섰는데. 아들로 나온 배우 중 사윗감을 고르자면.

“우선 딸들이 결혼 생각이 없다고 한다. 특히 큰 딸이 더욱 그렇다. 나야 아들 가운데 사윗감 하나 챙겼으면 좋지만 맘대로 되겠나. 농담이다.”

- 지금도 아들로 나온 후배들과 연락은 하고 지내나.

“대부분 연락하고 지낸다. 빈이는 지금도 가끔 문자하고 전화 통화도 하고 지낸다. 래원이도 자주 연락하는 편이다. 다들 너무 이쁜 내 자식들이다.”

- 어머니와 엄마의 차이가 있을까.

“나도 아직까지 엄마라고 부른다. 어머니라고 하면 듣기는 좋은 데 왠지 벽이 있는 느낌이다. 엄마라는 말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살가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머니라고 하면 좀 멀게만 느껴진다. 단 한 글자 차이인데도 몸에 와 닿는 느낌은 하늘과 땅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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