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PF 위기’가 은행과 저축은행을 거쳐 증권업계로 이어진다면 ‘폭탄돌리기’의 뇌관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될 것으로 보인다.
ABCP는 건설사 지급보증과 금융사 매입약정으로 신용을 보강해 발행되는 기업어음(CP)이다. 약정을 보면 시장에서 차환(재발행해 조달한 자금으로 이미 발행된 증권을 상환)되지 않으면 금융사가 사들이게 돼 있다.
증권업계가 최근 이런 약정을 잇따라 맺으면서 자본력이 취약한 중소형사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실정이다.
17일 우리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A’ 신용등급인 건설사가 지급보증한 PF ABCP는 5~7월 3개월간 약 8조5천억원어치 차환될 예정이다.
이후로는 차환예정 물량이 8월 약 4천억원, 9월 5천억원 등으로 줄어든다는 점에서 일단은 7월까지가 고비다.
주로 기관이 투자한 AA 및 AAA 등급과 달리, A 등급은 일반 투자자에게도 많이 팔렸다.
문제는 요즘처럼 건설업계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일반 고객이 ABCP를 꺼린다면, 매입을 약정한 금융회사가 물량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 신환종 연구원은 “은행이 건설업의 대출 관리를 강화하면서 ABCP 매입약정 기관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바뀌었다.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증권사로서는 ABCP가 재발행되지 않으면 자칫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자본 규모에 비해 약정 규모가 커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자기자본 대비 매입약정 비율은 KB투자증권이 210.51%로 가장 높다. 자기자본이 3천억원대에 불과한데도 매입 약정은 7천억 원을 웃돌았다.
LIG투자증권(99.66%)과 NH투자증권(95.62%), 부국증권(82.20%)도 자기자본에 육박하는 매입 약정을 맺었다. 금액에서는 NH투자증권이 5천55억원으로 LIG투자증권 1천770억원의 3배에 달했다.
대우증권(2.28%)과 우리투자증권(2.28%), 신한금융투자(3.69%), 하나대투증권(7.90%) 등 대형사들은 10%에도 못 미쳤다.
SK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상황에 따라서는 ABCP 매입 약정의 효력이 사라질 수 있다. 다만, 일반 투자자에 ABCP가 충분히 소화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증권사에 유동성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증권사는 재무건전성도 매우 취약한 편이다.
‘증권사판 BIS비율’로 불리는 영업용 순자본비율(NCR)을 보면 대형 증권사들이 400~500%에 달하지만, NH투자증권은 348.50%, 부국증권은 318.40%에 불과하다. KB투자증권은 528.70%, LIG투자증권은 596.70%로 상대적으로 높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