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횡포에 개인·기관투자자 반발

2011-04-27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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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임명찬 이수경 기자)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매각수익 극대화에만 치중해 일반 채권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이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라는 수단을 활용해 경영정상화 및 채무상환 계획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어 워크아웃 협약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일반 채권자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일반 채권자들이 법적 테두리 내에서 채권단과 해당 기업에 의견을 개진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어 기존 기업 구조조정 관행의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 사채권자의 반란… 기관투자자까지 채권단 불신

채권단은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면서 계약 내용을 정하고 담보를 설정한다. 경영 부실로 기업이 도산하더라도 채무를 상환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반면 일반 채권자는 회사가 제시한 계약에 따라 무담보로 채권을 매입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상법 490조 등은 일반 채권자 보호를 위해 사채권자 집회의 개최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일반 채권자는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회사가 제시한 회생 방안과 채무상환 계획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사채권자 집회에서 의결된 사항은 법적 효력을 갖게 되며, 기업은 이에 상응하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이 조항이 그 동안 사문화돼 있었다는 점이다.

정족수를 채우려면 출석한 채권자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하며 이 금액이 전체 채권 발행액의 3분의 1을 넘어야 한다.

또 집회 개최를 위해 본인이 보유한 채권의 등록필증을 예탁결제원으로부터 받아야 하고 법원의 공탁까지 거쳐야 한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요건을 충족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집회 정족수를 맞추기가 어려워 권리를 포기하는 채권자들이 많다”며 “채권 수탁기관인 증권사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어 사채권자 집회를 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이 같은 제도적 허점을 악용해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반 채권자들을 소외시켜 왔다.

다만 채권액 규모가 클 경우 개별 협상을 통해 일반 채권자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이번 대우차판매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일반 채권자들이 사채권자 집회를 통해 채권단과 기업의 기업분할 및 채무상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기업을 분할할 경우 부실 법인으로 채무의 70% 이상이 이전돼 담보권을 갖고 있는 채권단과 달리 일반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집회에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자까지 참여해 대우차판매와 채권단 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해당 기업과 채권단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전례가 없었던 만큼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다.

대우차판매 관계자는 “이번 의결로 다음달 초로 예정돼 있는 기업분할 등기는 불가능해졌다”며 “일반 채권자들에게 의결을 철회해달라는 요청을 하겠지만 채권단도 물러설 태세가 아니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 일반 채권자 보호 강화 움직임

정치권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일반 채권자들이 배제돼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재입법이 추진되고 있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과 상법 등에 관련 내용을 담겠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장인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은 “기촉법의 골격은 거의 유지되지만 일부 개선되는 부분도 있다”며 “기존에는 채권단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했지만 기업과 채권자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도 “주거래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외에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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