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파생상품시대 오나?

(아주경제 임명찬 기자) 실질적 손해를 보상하는 실손보장방식이 주류였던 날씨보험시장에 협정가액보상방식(정액형) 상품이 판매될 예정이다.

재해를 보상하는 날씨보험에서 일상적 날씨변동을 보장하는 형태의 새로운 날씨보험으로 날씨파생상품에 한걸음 더 다가가게 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험사는 손해사정을 할 필요없이 지수에 따라 정액으로 보상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5월초 국내 날씨예보 민간기업과 손잡고 ‘날씨연계보험’을 출시, 방송과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계획이다.

현재 날씨예보 관련 기업은 삼성화재에 보험 대리점 등록까지 마친 상태로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면 삼성화재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날씨연계보험’은 인덱스형 보험으로 미국의 경우 날씨파생상품으로 분류돼 날씨보험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국내는 파생보험이 통과되지 않아 파생상품의 형태를 띄는 연계보험으로 판매되는 것이다.

날씨에 민감한 의류업체나 외부 위락시설, 중소업체 등 날씨와 관련이 있는 사업자의 경우 가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행성 방지를 위해 날씨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개인들은 가입이 제한된다.

이 상품 보장과 관련해 보험사들은 손해사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일정 기간의 날씨 데이터를 토대로 평균값을 산출해 보험금 규모를 정하게 된다.

이로써 그동안 피해규모를 산출하는 데 있어 보험사와 소비자간에 합의점을 찾기 힘들어 실적이 미미했던 부분들이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그동안은 산정된 보험료에 비해서 보상해야 되는 피해액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보상보험금이 납입보험료보다 과다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아울러 이번 상품 개발로 인해 보장받는 산업의 범위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컨틴전시보험이라고 해 야외 공연이나 행사시 기상악화로 인한 피해를 보상해 주던 일회적 성격, 풍수해보험·농작물재해보험 등 일부 산업에 국한된 보험에서 더 나아가 아이스크림, 우산 등 제조업에까지 그 범위가 확장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날씨연계보험은 날씨도 보편적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상품”이라며 “기존과 달리 좀 더 합리적인 수준으로 더 다양한 고객이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상품의 개발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급격하고 우연한 사고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는 재산적 손해를 보장하는 손해보험상품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

보험연구원 이기형 박사는 “실질적 손해가 발생해야 보상하는 것이 손해보험인데 이런 상품의 경우 손해를 불문하고 기상변화에 따라서 보험금을 받는다는 점에서 보험의 취지에서 벗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