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외교가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방한했던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행보는 당초 예상과 달리 북한 문제보다는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일본 대지진 피해복구 현안 등에 무게가 실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이번 방한에서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을 갖고 북핵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비핵화 남북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미는 또 북한이 비핵화 진정성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확인하고 도발행위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한미 양국 공식 발표문에서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라고 추상적인 표현만 사용하는 대신 더 이상의 비난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대북 문제에 대해 강경 기조를 벗어나 유연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도 17일자 기사에서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클린턴 장관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만났을 때 북한 문제를 살짝 건드렸을 뿐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과 핵실험 등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클린턴 장관의 행보가 북한 문제에 관해 한국과 견해차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북한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온 기존의 `전략적 인내’ 전략과 맥을 갖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대북 문제에 대해 한국과의 변함없는 공조체제를 강조하면서도 전략적인 변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여전이 강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측이 조만간 제안할 것으로 예상되는 남북 간 비핵화 회담과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을 논의하기 위한 회담이 별도로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는 대신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비핵화에 대한 북측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천 대변인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비핵화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남북회담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