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농협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을 통한 거래내역 조회 등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 관련 업무가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상황이다.
원장(元帳)은 고객 정보나 거래 내역 등이 담긴 데이터를 뜻한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원장에 반영되기 전 경로 상에 있는 간이 원장의 거래내역이 사라진 것이고 원장 자체는 안전하다”고 말했다.
결국 카드 결제 및 거래 내역이 담긴 데이터가 결제대행서비스업체(VAN)를 통해 농협 본사로 넘어오는 도중 사실상 손실됐다는 뜻이다.
이에 농협 IT본부 관계자는 “고객 정보가 기록된 원장이 훼손됐다면 거래 자체가 불가능한데 현재 거래는 일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부 복구에 우선순위를 두고 하다보니 카드 업무는 15일 저녁부터 복구가 시작돼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 쪽 고객 원장은 휴렛팩커드(HP) 시스템과 연동돼 있으므로 이를 통하거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자기테이프를 이용하는 대용량 저장장치인 테이프 라이브러리(Tape Library) 등으로 복구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VAN사를 통해 카드 결제 등의 서비스를 가동했는데 시스템 불안정으로 인한 일부 장애를 제외하면 지장은 없었다는 게 농협 측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훼손된 데이터는 대고객 거래 시스템이 아니라 경영 평가와 경영 정보 제공, 그룹웨어 등과 관련된 내부 시스템 데이터다. 이 데이터는 실제로 전체 다 삭제돼 복구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또한 카드 업무 관련 복구 작업은 늦어도 19일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6일간 농협이 사태 축소와 은폐에 급급해 한 데 대해 고객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12일 오후 당시 농협은 13일에 작업이 복구될 것으로 발표했으나 복구 일시는 계속 늦어져 아직까지도 완전히 정상화 되지 않았다. 19일에도 복구되지 않을 경우 결국 일주일이 넘도록 복구가 되지 않는 셈이다.
또한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조사중이라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검찰과 금감원이 조사에 나서자 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협력업체 직원 노트북에서 실행된 삭제 명령어 탓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한 고객은 “차라리 명확하게 밝혀주고 대응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농협이 너무 실망스럽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고객도 “농협이 주거래은행이었는데 이번 사태를 보니 앞으로도 사고날까 겁이 나서 은행을 바꿔야겠다”고 말했다.
농협은 고객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18일부터 29일까지 고객 사은 행사를 열고 채움정기예금과 정기적금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각각 최고 연 4.60%의 특별금리를 제공한다.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하나로마트 등 농협 판매장에서 농협카드로 결제한 고객에게도 안심계란 15개를 증정한다.
한편 원인 규명과 관련해 검찰 수사는 지난주부터 시작된 상태이며,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의 공동검사는 18일 오전에 시작된다. 농협도 18일 오전 11시 충정로 별관에서 전산장애 관련 진행상황에 대해 중간 브리핑을 실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