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 위협 악재 산적…美 CEO "난 행복해"

2011-04-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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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봉 12%↑…금융규제 강화 실효성 의문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일본 대지진과 중동지역 정정불안 사태 등 다중 악재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지만 미국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금융위기 이전에 버금가는 수입을 올리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가 기업보상 컨설팅업체 에퀼라와 미국의 200개 주요 기업 CEO의 지난해 연봉을 분석한 결과, 평균 연봉은 960만 달러였다. 이는 2009년에 비해 12%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최고 연봉자는 필립 다우먼 비아콤 CEO로 1년 전보다 149% 늘어난 8450만 달러를 받았다. 비아콤은 지난해 다우먼이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받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연봉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이 이라니 옥시덴탈페트롤리엄 CEO가 142% 늘어난 7610만 달러를 챙겨 2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현금 보너스 3300만 달러와 4030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손에 넣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지난해 연봉이 701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17% 줄었지만 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스탠리블랙앤드덱커의 존 룬드그렌(3257만 달러), 에머슨일렉트릭의 데이비드 파(2290만 달러)의 연봉이 각각 253%, 233% 오르는 등 소비재 기업 CEO들의 연봉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NYT는 조사대상 가운데 상당수 기업은 경기침체 때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 CEO 연봉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들이 거둔 수익은 60년래 최대폭인 29.3% 늘었는데 이를 연율로 환산한 금액은 1조678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NYT는 캐피털원과 골드만삭스 등 구제금융으로 연명했던 기업들의 수장이 연봉인상 행렬에 동참한 것은 미국 정부의 금융규제가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재발 방지 목적으로 도입된 미국의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은 CEO 연봉에 대한 주주들의 발언권을 강화했지만 기업들이 이를 나몰라라 하며 고액 연봉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락커 미 스탠퍼드비즈니스스쿨 기업지배구조연구프로그램 이사는 "CEO 연봉과 관련해 재미있는 사실은 증시가 강세를 띠면 CEO의 잘못이 가려진다는 것"이라며 "최근 미국 기업가의 CEO 연봉인상 움직임에는 강력한 실적을 원하는 주주들의 바람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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