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가 기업보상 컨설팅업체 에퀼라와 미국의 200개 주요 기업 CEO의 지난해 연봉을 분석한 결과, 평균 연봉은 960만 달러였다. 이는 2009년에 비해 12%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최고 연봉자는 필립 다우먼 비아콤 CEO로 1년 전보다 149% 늘어난 8450만 달러를 받았다. 비아콤은 지난해 다우먼이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받은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이 연봉 인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이 이라니 옥시덴탈페트롤리엄 CEO가 142% 늘어난 7610만 달러를 챙겨 2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현금 보너스 3300만 달러와 4030만 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손에 넣었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지난해 연봉이 7010만 달러로 전년에 비해 17% 줄었지만 3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스탠리블랙앤드덱커의 존 룬드그렌(3257만 달러), 에머슨일렉트릭의 데이비드 파(2290만 달러)의 연봉이 각각 253%, 233% 오르는 등 소비재 기업 CEO들의 연봉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NYT는 조사대상 가운데 상당수 기업은 경기침체 때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둔 것이 CEO 연봉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미국 기업들이 거둔 수익은 60년래 최대폭인 29.3% 늘었는데 이를 연율로 환산한 금액은 1조678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NYT는 캐피털원과 골드만삭스 등 구제금융으로 연명했던 기업들의 수장이 연봉인상 행렬에 동참한 것은 미국 정부의 금융규제가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재발 방지 목적으로 도입된 미국의 금융개혁법(도드-프랭크법)은 CEO 연봉에 대한 주주들의 발언권을 강화했지만 기업들이 이를 나몰라라 하며 고액 연봉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락커 미 스탠퍼드비즈니스스쿨 기업지배구조연구프로그램 이사는 "CEO 연봉과 관련해 재미있는 사실은 증시가 강세를 띠면 CEO의 잘못이 가려진다는 것"이라며 "최근 미국 기업가의 CEO 연봉인상 움직임에는 강력한 실적을 원하는 주주들의 바람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