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토론회, ‘전·의경 폐지’ 갑론을박

(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전·의경부대의 구타·가혹행위에 따른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6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주최로 서울 을지로 1가 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전·의경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선 전투경찰 및 의무경찰 제도 폐지 문제를 놓고 참석자들 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인권위 측은“지난 2007, 8년 직권조사를 통해 전·의경 구타 및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정책 권고를 했고, 이에 대해 경찰청이 많은 부분 수용하고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여전히 전·의경 구타·가혹행위 및 사망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인권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다”며 이번 토론회 개최 배경을 설명했다.
　
　김상균 백석대 교수는 이날 ‘전·의경 제도의 쟁점과 개선방향’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경찰의 임무는 국민 생명과 신체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한 전·의경제도를 폐지하고, 전문성과 책임감이 높은 직업경찰관에 의해 경찰업무가 수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의경은 ‘전투경찰대설치법’과 ‘병역법’에 의해 전환 복무하는 자로서 국방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상황과 업무특성 때문에 구타·가혹행위 등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크고, 이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자살·복무이탈 등 제2의 사고로 파급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특히 김 교수는 “전·의경부대의 자체사고는 당사자에 대한 비난에 그치지 않고 경찰에 대한 불신요인으로 작용하며, 나아가 공권력의 경시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근에 발생한 일련의 전·의경 관련 사건·사고는 경찰관리자의 지휘관심만으론 한계가 있고, 자체사고 원인에 대한 종합적·근원적인 문제 진단과 대처방안이 필요함을 시사해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당초 오는 2012년 전·의경 제도를 폐지할 계획이었으나, 지난달 21일 강제차출의 문제가 있었던 전경은 폐지하되, 자원입대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경은 2015년까지 매년 1만4806명을 배정하는 것으로 대체복무계획을 수정키로 한 바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의경 역시 시위·집회관리, 방범, 교통단속 등의 활동에 동원되고 있음을 들어 “의경은 제한적인 사무보조인력으로만 활용하고 중요한 경찰활동은 정규경찰관이 실시해야 한다”면서 "의경은 필요 최소한의 인력만 전환복무하게 하고 이미 계획한 전·의경 대체 경찰관사업을 차질없이 집행해 최소한 2015년 이후엔 전경제가 완전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최응렬 동국대 교수도 “전·의경 구타·가혹행위 근절을 위해선 전·의경제도 폐지를 비롯한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헌법상 국방의무와 그 내용 중 하나인 병역의무를 엄격하게 구분해 해석해야 한다”며 “따라서 참여정부의 계획대로 2012년에 의경제도도 폐지하는 게 헌법을 준수하면서 의경의 인권을 보장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폭력적인 병영문화가 근절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대 또는 전·의경 부대에서의 복무부적응의 문제를 제기하는 건 구조적 문제점을 개인적 문제점으로 치환할 우려가 있다”면서 “전·의경제도의 폐지와 함께 인권친화적 병영문화를 마련키 위한 대책이 근본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경래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궁극적인 전·의경제도의 폐지 등에 대한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장기적 관점에서 남북통일 이후 정세 등을 고려해 ‘전투경찰대설치법’을 개정해 지금 같은 법적 논란 없이 의경을 일반적인 경찰업무에 투입토록 하는 게 미래는 물론 현재에 있어서도 적절한 치안수준을 유지하는 방안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 경비국의 이영철 경정 역시 “국민에 대한 보다 질 높은 치안서비스 제공 차원에서도 전·의경을 전문성이 높은 직업경찰관으로 대체하는 게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직업경찰관으로의 대체가 전제되지 않고 무작정 전·의경을 폐지하면 일반 국민에게 치안공백의 부담을 짊어지게 할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육성필 용문상담심리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절대적인 지휘관심 증진 △간부들의 사고 등 부대관리에 대한 소극적 태도개선 △전·의경 구성원에 대한 정신병리 등 정신건강 의무 교육 △인성검사 수정 보완·개발 △부대 내 전문상담인력 채용·훈련 △전·의경 관련 스트레스·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개발·보급 △사고·부대관리를 위한 훈련 등 강제규정 제정 등을 전·의경 복무부적합·부적응자 관리 방안으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