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특보는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주요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건 문제가 있다. 그러나 국가미래를 위해 잘못된 (정책)방향을 고칠지, 아니면 ‘약속’이기 때문에 그냥 갈지는 국정운영의 중심을 잡은 대통령으로서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박 특보는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 전체가 격렬히 반대하면서 대통령이 집권 4년차에, 특히 내년에 ‘큰 선거(총선·대선)’를 앞둔 시기에 지지기반이 약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은 처음부터 (신공항은) 국익에 기초해 정치가 아닌 경제논리로 판단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었다”면서 “전문가 의견도 가까운 장래에 허브공항을 만들 만한 항공수요를 창출키 어렵고, 장기적으로 국가재정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부담이 있는 사업을 현직 대통령이 (시행하겠다고) 결정할 순 없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처음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공약한 게 아니냐’는 지적엔 “대선공약은 어떤 정부에서든 ‘100%’ 시행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한 번, 그리고 이후에도 몇 번 공약을 거르는 과정이 있었지만, 신공항의 경우 워낙 지역의 열망이 강하고 정책 판단을 위한 조사가 필요해 지금까지 넘어온 것이다”고 이해를 구했다.
또 그는 “나를 포함한 청와대 참모들이 신공항과 관련해 지역민심이 얼마나 들끓고 있는지를 대통령에게 충분히 보고했다. 민심을 몰라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면서 “대통령도 신공항에 지역민의 지역발전 염원과 요구가 투영돼 있음을 잘 안다. 그래서 지역발전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밝힌 것이고, 현재 대안을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반대급부’로 이 대통령의 다른 공약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를 영남권에 분산하는 방안이 거론되는데 대해선 "정치권엔 그런 논의가 있지만, 대통령은 법 절차에 따라 과학벨트위원회가 결정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박 특보는 신공항 백지화 이후 여권 안팎에서 관계 장관 및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요구되는데 대해선 “(백지화 결정까지 시간을) 너무 길게 끌어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든 점은 아쉽지만, 대통령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다른 사람을) 문책할 일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더불어 신공항 백지화 이후 영남 등 비(非)수도권 출신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수도권에 첨단산업 업종의 공장 신·증설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규칙 개정 중단을 요구하면서 수도권과 충돌하고 있는데 대해선 “정부의 기본방침은 수도권 규제완화는 필요하지만 합리적으로 해서 지역발전의 저해요인이 되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며 “여러 의견을 들어 결정할 걸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