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6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석유가격TF’ 검토결과를 상정 발표키로 한 가운데 지난 1일 국내 4대 정유사의 리더격인 SK에너지가 오는 7월까지 한시적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ℓ당 100원씩 내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GS칼텍스와 에스오일 등도 가격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 번 여에 걸친 석유가격TF 결과발표 연기가 결과적으로 정유사들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읽혀지고 있는 대목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3일 SK에너지의 조치를 보고 받고 매우 흐뭇해 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에너지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유사들의 가격인하가 어차피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이번 조치가 물가안정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기름 값이 높아진 이후 길거리에서 눈에 띄게 차량이 급감할 정도로 소비자들이 수송용 연료비용을 계속 줄이고 있는 마당에 이번 조치로 소비가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호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비아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가격 결정구조에서 논란이 돼 온 이른바 ‘비대칭성(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빨리, 내릴 때는 서서히)’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어온 정부가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로서는 이중 삼중의 부담을 떠 앉게 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는 2008년처럼 10% 가량의 유류세 인하대책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석유가격 TF에 참여해 온 관계자는 “석유 생산 스트림상 애초에 원가구조를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면서도 “검토결과 발표가 상당히 복잡하다”고 말해 적지 않은 대책이 나올 것임을 예고했다.
독과점 업종에서는 “3% 영업이익도 적지 않다”는 것이 최 장관의 판단이지만, 개별 기업의 원가정보를 정부가 일일이 간섭하게 되면 시장기능을 왜곡시키는 부작용만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커지고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SK에너지의 조치로 타 정유사들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될 경우 고도화 시설 등 품질 투자를 외면하는 역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도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포스코가 철광석 등 조만간 원자재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열연강판 등의 공급가격을 올리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이 또한 제동이 걸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산업계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물가안정이라는 이유로 압박을 해 와 이도저도 못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자체 흡수에 나서야 할 판국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