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삼성전자는 스마트TV용 리모컨에 변화를 줬다. 뒷면에 PC 키보드와 같은 쿼티(Qwerty) 방식 입력기능을 추가해 검색 등 스마트 기능 실행을 더욱 빠르고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 그간 TV와 PC는 환경 다르다며 구글TV의 쿼티 자판 리모컨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던 것에서 완전히 입장을 달리 한 것.
이같은 말바꾸기(?)는 비단 리모컨 뿐만이 아니다. TV·모바일 등 핵심 제품에서 삼성전자의 경쟁사 벤치마킹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의 터치방식은 기존 감압식에서 정전식으로 전환했다. 정전식은 인체를 사용하지 않으면 조작이 불가능해 추운 겨울에 장갑을 벗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감압식을 고집한 것 역시 이같은 정전식의 불편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인식속도가 빠르고 멀티터치가 가능한 정전식에 소비자들이 높은 점수를 주면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 이후 정전식 제품을 내놓고 있다.
크기 논란을 일으켰던 태블릿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기존 7인치 제품에 이어 10.1인치 8.9인치 등 대형 제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9월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은 재킷 상의 안주머니에서 갤럭시탭을 꺼내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7인치 제품의 이동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국 갤럭시탭2는 애플 아이패드와 같은 10.1인치 화면을 채용했다.
신제품 제품 사양도 크게 변했다. 10.9mm이었던 두께는 8.6mm로 줄었다. 내장 카메라 화소는 800만 화소에서 300만 화소로 다운그레이드 됐다. 애플 아이패드2가 슬림한 두께(8.8mm)와 저렴한 가격(499달러)을 갖추면서 애플 따라잡기에 나선 것.
최근 5mm의 초슬림 베젤(화면 테두리)을 통해 ‘시크릿 디자인’을 앞세운 3D 스마트TV 역시 2009년 LG전자의 ‘보더리스’ 슬림 베젤 디자인 콘셉트를 채용했다. 당시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화면 테두리가 너무 얇으면 오히려 화면몰입도가 떨어진다”고 비판했지만 2년도 안돼 입장을 번복하게 됐다.
LG전자 또한 시장의 변화에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2009년 삼성전자가 LED TV를 내놨을 당시 LG진영은 “LED TV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LED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결국 LG전자는 주요 제품에 LED 광원을 채택하고 있다.
화면 가장자리에 LED 광원을 배치해 슬림디자인을 구현하는 ‘엣지형’ 기술에 대해서도 LG전자는 “화질구현이 어렵다”며 “화면 뒤에 LED를 촘촘히 박은 풀LED 방식이 우세하다”는 입장을 펴왔다. 하지만 LG전자의 올해 전략제품인 시네마 3D 스마트TV는 ‘엣지’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3D 방식 역시 2009년 편광 방식에서 지난해 SG방식으로 전환한데 이어 올해에는 다시 편광기술을 업그레이드한 FPR 기술을 다시 들고 나왔다.
스마트폰 초기 MC사업본부장이었던 안승권 사장은 “스마트폰은 시기상조”라며 엔트리폰에 집중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LG전자는 지난해 휴대폰 시장에서 부진했다. 이후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2X’를 선보였다. 여기에 3D 스마트폰을 공개하는 등 발 빠르게 스마트폰 기술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은 고객과 기업 모두에게 긍정적”이라며 “다만 하드웨어가 가장 앞선 국내 기업들이 트렌드를 창조하기보다는 여전히 이에 끌려다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