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범 전 제주지사. |
(제주=아주경제 강정태 기자) 우근민 제주지사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신구범 전 제주지사의 정치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전 지사는 지난달 28일 전격적으로 창조한국당에 입당하며 본격적인 정치재개를 선언했다. 관선과 민선 제주지사를 각각 1번씩 지냈던 그는 아직도 정치적 영향력이 녹슬지 않았다고 평가받는 정치인이다.
지난 1998년 우 지사에게 패배하며 제주지사 자리를 내준 뒤 그의 길은 험난하고 기구했다. 그가 100억원을 투자해 야심차게 시작했던 친환경농축수산물 전문매장인 ㈜삼무힐랜드. 지난 2007년 11월 그가 구속되면서 부도라는 운명을 맞는다.
당시 신 전 지사는 관광지구 지정 청탁과 관련,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의 구속은 부산지법 가정지원 판사로 재직 중이었던 아들 신용인 변호사의 운명도 바꿔 놓는다. 신 변호사는 법원 내부통신망에 아버지의 구속과 관련해 “재판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아버지가 항소심부터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법원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신 변호사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제주에서 변호사를 개업했다.
만기복역 4개월을 앞둔 지난해 2월. 신 전 지사는 모범수로 인정돼 가석방 된다. 꼬박 2년 2개월을 복역한 셈이다. 가석방 만료기간인 지난해 5월이 지나기 무섭게 그는 작심한 듯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지난해 제주지사선거에서 현명관 후보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선언을 하며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우 지사를 정조준한 시도였다는 관측도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한 패배.
선거가 끝난 직후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우 지사가 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관광복권, 제주국제컨벤션센터, 4.3특별법 제정, 공무원 인사, 먹는 물 삼다수, 성희롱 사건 등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지만 모두 ‘무혐의’처분을 받는다. 우 지사에게 또 다시 패배한 셈이다.
그런 그가 이번엔 창조한국당에 입당하며 새 길을 찾고 있다.
신 전 지사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전 대표와 사법적 아픔을 겪었던게 마음이 통하는 계기가 됐다”며 “마음만 맞으면 정치활동까지 함께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그는 “제주사회가 국책사업인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뒷짐지고 있다”며 “우 지사는 립서비스도 하지 않는 등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한때 ‘신파(신구범 파벌)’란 말도 유행시킨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제주정치지형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