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들은 중미정상회담을 두고‘핑퐁외교 40년만의 역사적인 만남’이라며 한껏 분위기를 띄웠었지만 미국 매체들이 잇따라 악평을 하고 나서면서 논조가 싹 바뀌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는 만큼 각 매체들이 각국의 입장을 대변하며 정부를 지원 사격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선 지난 17일 미국의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이 약속이라도 한듯 동시에 후 주석의 지도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글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즈는 칼럼을 통해 후 주석을 “가장 힘있는 국가 중 하나를 이끌고 있으면서도,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세계 주요 지도자들 가운데 가장 힘없고 가장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후 주석이 예전 공산당 지도자들과 달리 절대적 권력을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미중회담의 합의가 중국에서 권력이 교체되면 그 실효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언론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협상해야 하는 상대가 중국 정부의 전 분야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지 유력한 매체들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한 나라의 국가수반을 이처럼 폄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때문에 이는 환율문제나 지적재산권 문제 등에서 실익을 거두기 위한 미국측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중국매체 역시 그동안의 자제하던 태도를 버리고 미국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7일 장문의 칼럼을 싣고는 “2010년까지 미국은 중국에 652만달러를 들여 5만9000건의 투자를 했고 그 중 71%의 미국기업이 중국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중국은 이미 미국의 돈벌이 상대가 되고 있다"고 적시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중국에서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놓고 왜 이렇게 불만이 많은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인민일보는“미국의 대중수출이 신속하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미국 오바마대통령이 제시한 5년내 수출을 두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실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경고를 했다.
(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