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최신 통계에 따르면 유럽 466개 기업의 지난해 9월말 현재 현금자산 규모는 6910억 달러(약 770조원). 이같은 수치는 금융 위기가 시작된 2007년말보다 16% 많은 것이다.
1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보유한 기업도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 독일 대기업 지멘스와 다임러 등 12개사에 달한다.
가장 많은 자금을 보유한 기업은 지난 8월 미국 알콘 주식을 283억 달러에 매각한 스위스 식품업체 네슬레로 조사됐다.
소시에테 제너럴(SG)의 클라우디아 판세리 유럽주식 투자전략책임자는 “올 한해 유럽 기업은 M&A와 자사주 매입, 배당금 확대에 열을 올릴 것”이라며 향후 이들 기업의 보유자금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 "유로존 국가들의 국가채무 리스크를 감안하면 보유자금이 풍부해 안정적인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유럽 기업은 미국 기업에 비해 보수적 투자성향이 짙다.
지난해말 미국 기업과 유럽 기업의 M&A 거래건수는 각각 7078건, 437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거래 규모 10억 달러 이상은 미국 135건, 유럽 83건으로 크게 차이났다.
노무라 인터내셔널 에드리안 피스크 유럽M&A 부문 책임자는 "거시경제 불안 요인에 대한 우려가 아직 강해 기업들도 위험 부담이 높은 도전을 하려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멘스는 일찌감치 보유 현금을 배당금으로 돌리겠다고 밝혔다.
작년말 기준 19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지멘스는 2010년 배당금을 69% 늘릴 방침이다.
M&A에 직접 나서기보다 공장 및 제품으로 투자 방향을 돌린 기업도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향후 5년간 516억 유로를 자동차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독일 화학전문업체 바스프(BASF)는 복합 생산기지(콤비나트)에 90억~100억 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은 3만3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프랑스 건축자재업체 생고방 그룹, 세계 최대 물업체 베오리아 인바이런먼트는 재무 위기 등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점을 들어 자체적 성장 동력에 기반한 유기적 성장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