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 방북 당시 합의했던 신압록강대교의 착공식을 31일 가졌다.
건설에 합의하고도 노선 등을 둘러싼 갈등설이 흘러나오며 1년2개월의 진통을 겪은 끝에 한 해 마지막 날인 이날 서둘러 착공식을 한 것은 양측 모두 다리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중국은 2007년 초 북한을 방문한 우다웨이(武大偉) 당시 외교부 부부장을 통해 신압록강대교 건설을 제의했을 만큼 오래전부터 노후한 압록강철교를 대체할 대북 교역 통로 확보에 공을 들여왔다.
17억 위안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건설비 전액을 부담키로 한 데서도 중국이 새로운 다리 건설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엿볼 수 있다.
중국은 향후 북한과의 교역 확대는 물론 풍부한 지하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북-중 교역의 70%를 차지하는 신의주-단둥 교역 루트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중국은 북한의 확답을 얻지 않은 상태에서 상하이 설계회사에 의뢰해 압록강 하구와 가까운 단둥 랑터우(浪頭)와 남신의주를 연결하는 신압록강대교 설계도까지 마련할 정도로 의욕을 보였고 결국 2년여의 '구애' 끝에 지난해 원 총리의 방북을 통해 북한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부각된 '창지투(場吉圖.창춘-지린-두만강) 개방 선도구'와 라진ㆍ청진을 잇는 북-중간 두만강 광역 경제벨트 구축과 함께 신의주-단둥을 잇는 압록강 경제벨트를 강화, 향후 북한의 개방에 대비하는 '투 트랙'으로 삼겠다는 게 중국의 포석으로 보인다.
신압록강대교 건설은 중국 정부가 동북진흥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단둥 일대의 압록강변 개발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있다.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랴오닝(遼寧)성 서기로 재직하던 2005년부터 탄력을 받기 시작한 압록강변 개발 계획은 압록강 하구에 97㎢ 규모의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더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계획을 세웠다가 추진을 보류해온 신의주 특구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구상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신의주 개발을 유도, 단둥의 압록강 유역과 신의주를 묶는 광역 경제블록을 형성,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시 중국은 북한과 공동으로 압록강 섬인 위화도와 황금평에 자유무역시장을 건설하는 복안을 마련했던 것도 이런 맥락이다.
북한과 중국이 최근 베이징에서 만나 내년 5월부터 황금평을 임가공단지로 개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압록강 경제블록 구축 프로젝트는 중국의 의도대로 모습을 갖춰가는 양상이다.
중국과의 교역 확대에 따른 불온사상 유입을 우려,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북한이 황금평 개발에 합의하고 신압록강대교 착공식에도 나선 것은 지난해 단행한 화폐 개혁 실패로 피폐해진 경제 재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2012년 강성대국의 대문을 열겠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 놓았지만 경제 사정은 오히려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을 반전시킬 새로운 돌파구로 라진과 황금평 개발 카드를 선택하는 한편 제한적이겠지만 중국과의 교역 확대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이 경제 지원을 내세워 다리 건설에 소극적인 북한을 강하게 압박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되면 북-중 교역 확대는 물론 중국의 북한 자원 개발이 한층 속도를 내는 것은 물론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개방 요구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개혁 개방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여전히 의심받고 있어 라진 합작개발이나 황금평 가공무역기지 개발과 마찬가지로 신압록강대교 역시 중국의 시간표대로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