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빛나는 별은 없다. 별이 빛나기 위해선 서로가 서로를 비춰줘야 하는 법.
여기 왕년에 잘 나갔던 스타 ‘최곤’이 있다. 그는 ‘비와 당신’이라는 노래로 88년도 가수 왕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이제 대마초 흡연 전과자로 취급받는 잊혀진 스타일 뿐이다. 까페에서 노래하다 손님과 시비가 붙어 폭력까지 휘두르는 그에게 남은 건 한가닥 자존심 밖에 없어 보인다.
이런 그의 곁을 20년 이상 지켜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매니저 ‘박민수’다.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인 그는 매번 최곤에게 담배를 꽂아주고 대신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등 그에게 열성을 다한다.
이에 하늘이 도운 것일까. 강원도 영월로 ‘유배’가듯 내려가 라디오 DJ를 하던 최곤에게 또다시 기회가 찾아온다. 바로 진행하고 있던 프로그램이 전국 방송을 타게 된 것. 이제 남는 것이 재기하는 것뿐인 그에게 대형 매니지먼트사에서 스카웃 제의를 해오는데….
뮤지컬 ‘라디오 스타’는 2006년 흥행했던 동명영화를 원작으로 한 ‘무비컬’이다. 이 뮤지컬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먼저,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이 범람하는 요즘 보기 드문 ‘토종 한국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라디오 스타에 브로드웨이 대작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함’이나 ‘쇼’는 없다. 대신 소시민의 일상과 애환으로 ‘소박함’과 ‘진정성’을 내세운다. 그러기에 한국인의 정서엔 더더욱 안성맞춤이다.
두 번째로는 스타 캐스팅과 ‘높은 싱크로율’에 있다. 최곤역의 김원준과 박민수역의 임창정은 극중에서처럼 왕년에 하이틴스타, 매니저를 지낸 바 있다. 이 같은 실제 경험을 살려낸 캐스팅에 관객들은 더 큰 몰입을 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주옥같은 뮤지컬 넘버에 있다. ‘비와 당신’ ‘락커의 전설’ ‘엄마 꿈’ ‘별은 혼자 빛나지 않아’등의 심금을 울리는 음악들이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 든다. 특히 이번 시즌 공연에서는 지난 3번의 공연과는 다르게 뮤지컬 넘버 전곡을 편곡함과 동시에 새로운 곡들을 추가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재성 연출의 리드미컬한 장면 전환과 작곡가 허수현의 완전한 음악들이 극을 한껏 살려내고 있는 점도 꼽을 수 있겠다.
하지만 뚜렷한 멜로라인의 형성이나 극의 카리스마 형성의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멜로라인의 부재로 20~30대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카리스마를 통한 집중도를 높이는 데에는 다다르지 못했다.
그래도 이 뮤지컬은 우정, 즉 ‘사람 사이의 정’을 소재로 한다. 공감을 이끌어내고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또한 중간 중간에 관객들에게 대화를 걸고 앙코르 무대를 여는 등의 관객 참여를 이끌어 낸 점에서 이색적이며 높이 평가할 만 하다.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라디오 스타. 앞으로 있을 공연들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