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주식시장 진단>코스피, 정말 3년전과 다를까

2010-12-2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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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역대 고점을 찍은 이후 어김없이 급락했던 코스피가 내년에도 이를 되풀이하지는 않을까."

요즘 주식 투자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대목이다.

증권가는 증시 호황과 불황을 가릴 것 없이 한결같이 '치어리더' 역할을 해 왔다.

코스피가 3년 만에 2000선을 돌파하자 증권가는 2007년보다 훨씬 저평가된 데다 과열정도도 낮다면서 추가 상승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런 식 예상은 2007년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을 때도 똑같이 나왔다.

26일 아주경제가 국내 주요 증권사로부터 받은 내년 코스피 예상 고점은 최대 2800선에 달했다. 각국 재정확대로 불어난 유동성을 바탕으로 내년에도 차례로 고점을 갈아치우면서 강세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유럽 재정위기 본격화 또는 미국 경기회복 지연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지나치게 낙관적인 기대는 금물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런 우려가 구체화될 경우 급등에 따른 가격부담과 맞물려 2000선 붕괴는 물론 이전 저점까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대 반 우려 반인 상황에 투자심리도 '코스피 2000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차분하다.

월간기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던 2007년 10월 거래대금은 232조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전달은 185조원에 그쳤고 이달 들어서도 130조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 "주식비중 늘려라" 합창

증권가는 대체로 내년 투자전략을 주식비중 확대로 제시하고 있다.

각국 재정확대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신흥국가에 흘러드는 '선순환 사이클'이 내년에도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주요 증권사 가운데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메리츠종금증권은 내년 코스피 예상 고점을 2800선 이상으로 내다봤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도 상저하고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되찾으면서 증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은 센터장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 한국 경기가 본격 회복국면에 접어든다는 데 초점을 맞춰 코스피 고점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저효과 마감으로 내년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율은 올해보다 0.8%포인트 낮아진 3.6%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중국과 한국 순으로 경기선행지수가 반등하고 기업실적 역시 개선되면서 지수도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대투증권은 내년 예상 고점을 2720선으로 잡았다.

이 증권사가 뽑은 상승 재료도 풍부한 유동성과 경기선행지수 반등, 기업이익 증가와 주가 밸류에이션 상향, 중국 경제성장 모멘텀이다.

김지환 리서치센터장은 "2720선은 내년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13배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9.7배에서 11.5배로 올라갈 것"이라며 "대형주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것도 유효하다"고 덧붙였다.

경기회복과 함께 위험자산 회피심리도 크게 완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에는 단순한 풍선효과에 따른 유동성 장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 자금이동이 뚜렷해지면서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센터장은 "코스피가 해외증시 대비 20% 내외로 저평가돼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상승장을 주도했던 외국인은 물론 연기금도 증시 수급주체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됐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연기금 추가매입 여력은 6조원에 이른다"며 "외국인이 코스피에 대한 투자매력도를 기존 비중축소에서 중립으로 조정할 경우 추가 유입액도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섣부른 기대보다 현실 직시

섣부른 기대만으로 주식비중을 늘리기보다는 국내외 증시주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럽 부실국가 국채만기는 내년 1분기 말부터 2분기 중반에 몰려 있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가 확산될 경우 세계 증시도 상당 기간 조정받을 수 있다는 게 신중론자 입장이다.

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로존 국채만기가 몰린 내년 3~5월에 증시도 고비를 맞을 것"이라며 "1개 국가에서만 문제가 일어나도 유럽 경제권은 연쇄적으로 타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포르투갈이 그리스에 100억 달러를, 스페인은 포르투갈에 860억 달러를 빌려주고 있다. 독일은 스페인에 2400억 달러를 대출했다. 스페인은 프랑스에도 2200억 달러를 빚졌다.

정 센터장은 "이런 국가는 공통적으로 저성장과 실업률 급등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만큼 재정위기 우려가 장기화할 공산도 크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주범인 미국이 침체에서 벗어나 연착륙할 수 있을 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유동성 랠리를 기대하고 있지만 유럽 문제는 꾸준히 불거지고 있다"며 "특히 미국이 소프트 랜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기가 정부 주도로 일단 개선세를 보이고 있지만 민간 자생력 회복은 여전히 더딘 상황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정부에서 민간으로 바통을 넘기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뒤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내년 증시도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미국 경제 정상화 여부는 내년 세계증시 흐름을 가를 핵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경기회복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실업률은 미국에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각은 2013년까지도 미국 실업률이 8%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2차 양적완화 효과는 내년 2분기 들어 본격화할 것"이라며 "증시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찾으려면 이 시기는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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