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경쟁입찰에서 세계적인 유수 기업들을 물리친 것도 대단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해외 가스전의 운영사가 됐다는 점에서 가스공사는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라크는 국가재건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매우 강한 나라다. 1980년대 이란전을 시작으로 2003년 미국 이라크 침공까지 수많은 전쟁을 겪으면서 자국 석유와 가스 시설 대부분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또 재정수입의 90% 이상을 석유 판매를 통해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해외 기업들이 진출 가능성은 높다.
따라서 이번 아카스전 운영권 확보로 공사는 천연가스를 도입해서 국내 기업과 가정에 판매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석유탐사개발(E&P)전문기업을 성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유정돈 이라크사업팀 팀장은“주바이르와 바스라 사업은 에너지 자주개발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고 아카스 가스전은 최초로 운영사를 맡아 에너지 E&P전문기업으로 가는 과정을 2~3단계 뛰어넘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아카스 입찰은 주바이르(1차, 지난해 6월), 바스라(2차, 지난해 12월), 만수리야(3차, 올해 10월)에 이어 가스공사가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낸 결과다. 이를 진두지휘한 부서는 올해 1월 창설된 ‘이라크 사업팀’.
이라크에서만 총 4개의 광구 사업을 하면서 이를 전담하는 사업부가 필요했던 것. 매장량이 주바이르 63억배럴, 바스라 8억배럴, 아카스 가스전 약 3.3 Tcf(원유 환산시 약 5.9억 배럴), 만수리야 가스전 약 2.7 Tcf(원유 환산시 약 4.9억 배럴)에 달하는 만큼 그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라크 사업팀은 공사의 최정예 멤버로 구성됐다. LNG도입판매, 탐사개발운영, 테크니컬과 관리 및 파이낸스 분야에서 실력이 뛰어난 직원들이 모두 자원했다. 특히 이라크사업은 보안과 안보에 대한 부담이 크고 공사에서 처음하는 사업인만큼 막상 큰 용기가 필요하는 설명이다.
유정돈 팀장은 “우리 팀에서는 ‘공사=무사안일주의’라는 편견이 통하질 않는다”라며 “최근까지 밤 12시이전에 퇴근한 일이 없고 주말에도 업무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하면 공항에 내리자마자 방탄조끼를 착용하고 경호원과 함께 방탄차를 타고 업무를 본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라크 사업팀은 이라크 현지에서 작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주바이르 사업 등을 해오면서 공사에 대한 해외기업과 정부 관계자, 관련업계 사람들의 인식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
유 팀장은 “이러한 인식개선은 이라크사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시리아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변국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며 “또 현대나 삼성 SK 등 국내 민간기업에게 입찰정보와 경험 등을 전수해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3~5년만 고생하면 대한민국 대표 E&P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석유화학기업인 쉘이나 엑손모빌, 토탈을 따라잡겠다는 그들의 포부가 자신있게 내민 엄지손가락만큼이나 당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