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대외관계를 책임진 집행위원이 EU가 왜 강대국이 될 수 없는지 한계를 고백했다고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국 국무부 외교 전문에 드러났다.
위키리크스가 2일 공개한 2004년 4월 28일자 외교 전문에 따르면, 당시 EU의 외교 정책을 총괄했던 크리스 패튼(영국) 대외관계 집행위원이 EU 대표부 주재 미국 대사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EU의 한계를 실토했다.
패튼 집행위원은 이 자리에서 "진정한 힘(강대국)이 되려면 다른 국가들이 어리석다고 여길지라도 정책을 채택하고 실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인들이 미국의 정책에 동의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다른 국가들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신들이 최상이라고 여기는 정책을 수행한다는 점은 우리가 존경한다"고 덧붙였다.
패튼 집행위원은 이어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EU는 진정한 힘이 될 수 없다. 회의를 할 때면 과도하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면서 '지각 있게' 사안을 들여다보려는 사람이 늘 있다"고 말해 정책을 채택, 실행하는 데 EU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했다.
이 외교 전문은 또 저녁식사 1주일 전에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패튼 집행위원이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을 평가한 대목도 전하고 있다.
패튼 집행위원은 "높은 에너지 가격 덕택에 푸틴이 러시아를 위해 일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그의 성품에 대해서는 심각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가 (성품 형성에)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푸틴의 가계(家系)를 언급했는데 "푸틴의 조부는 레닌 특수경호대의 일원이었고 부친은 공산당 비밀정보부원이었으며 푸틴 자신도 젊은 나이에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에서 일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패튼 집행위원은 그러면서 "중동 문제나 에너지 정책에 대해 대화할 때 그(푸틴)는 완전히 합리적인 사람으로 보였으나 체첸과 과격 이슬람주의로 대화 주제가 바뀌자 그의 눈이 '살인마의 눈'으로 돌변했다"고 평가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