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 따르면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천안함 사건 발생 한달 전인 지난달 2월 외교부 차관으로 재직할 당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에게 중국 정부의 행보와 관련한 중국 고위당국자 2명과의 대화내용을 전했다.
당시 천 수석은 이들 관리가 “중국은 북한이 완충국가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할 준비가 돼있다”며 “중국 공산당의 젊은 리더들은 더 이상 북한을 유용하거나 신뢰할 만한 동맹으로 보지 않다”고 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천 수석은 이어 북한 붕괴시 중국은 비무장지대(DMZ) 이북에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한·미·일과의 전략적·경제적 이해관계를 감안해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들은 천안함 사건이 터지기 직전인 올해초만 해도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포기할 준비가 돼있고 유사시 일방적인 ‘북한 감싸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판단을 내리고 있던 것이다.
천 수석은 이와함께 중국 관리들이‘한국이 남한 주도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중국 일부 관리의 발언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해 중국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북한 편들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정부 내의 상황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 3월 천안함 사건과 11월 연평도 도발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은 여전히 북한을 감싸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정부의 당시 상황인식이 지나치게 안이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소식통은“천안함 사건 이전만 해도 중국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정부 내에서도 중국의 행보를 가급적 좋게만 해석하려는‘나이브(Naive·순진한)’한 인식들이 있었던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위크리크스가 공개한 미국의 외교전문에는 천안함 사건과 우라늄 농축, 연평도 포격 등을 예고한 내용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 북한에 대한 우리 정부와 미국의 정보부족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후견인으로 평가되는 중국 정부도 대북 정보에 어두워 핵실험이나 대형 도발에 대한 사전 징후를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대두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중국으로부터의 전문에서도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한 어떤 단서 조차 없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북한에 대한 실질적 정보파악이 부재한 상황에서 북한 정권이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히 붕괴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NYT는 “김정일 사후 북한이 붕괴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다시 한번 미국 정부가 자기기만에 빠지는 것이 될 것”이라는 한 외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고 “북한의 붕괴와 관련된 (한미 고위 외교관들 간의) 대화들은 어떤 실질 전략이라기 보다는 희망에 기반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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