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30일 공개한 미국 정부의 외교 전문에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과 권력승계, 김정은에 관한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다.
이는 69세인 김 위원장의 건강과 후계 문제가 북한과 서방 국가들과의 향후 관계를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미국 외교관들은 그에 관한 조그만 실마리라도 잡으려고 집착하는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풀이했다.
전문은 김정일을 `무기력한 늙은이(a flabby old chap)', 또는 `술을 꽤 잘마시는 애주가(quite a good drinker)' 등으로 묘사했다.
싱가포르의 국부(國父)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는 싱가포르 주재 미 대사관 관계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경기장을 활보하며 과찬을 갈구하는 무기력한 늙은이'라고 지적하고 북한 사람들을 이러한 지도자를 둔 `정신병적 유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다시 뇌졸중을 맞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리콴유 전 총리는 특히 김정은에 대해 "차기 지도자는 김정일이나 김일성이 지닌 상황 대처 능력을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는 사람들이 파리처럼 죽어가는 것을 볼 준비도 안 돼 있을 듯하다"며 악평했다.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은 지난해 10월 김정일을 만났을 상황을 전하면서 "그가 중국 관리들 사이에 술을 꽤 잘하는 애주가로 평판이 나 있다"면서 "김정일에게 지금도 여전히 술을 마시느냐고 묻자 김정일이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 때 김 위원장은 다이빙궈 국무위원에게 함께 술이나 와인을 할 수 있도록 초대하겠다고 말했으나 일정상 다음 방문 때 하기로 연기했다고 다이빙궈 국무위원은 덧붙였다.
또 외교 전문에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김정일을 만난 것으로 나타난 한 중국 고위 관리는 "그의 건강이 악화돼 정책(지시)을 번복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중국 관리는 "각기 다른 파벌들이 김정일의 관심을 끌려고 경쟁하면서 북한 관리들이 그들 자신의 방향대로 밀고 나감으로써 김정일이 단호하고 명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캠벨 미국 차관보가 지난 2월 서울에서 만난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사망하면 김정은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김정일은 김일성이 죽기 전에 20년 동안 노동당 주요 직책을 지냈고 더구나 후계자로 지명된 뒤 부친이 권력승계를 이끌었다"면서 그러나 김정은에 대해서는 "경험이 매우 적다"는 점을 지적했다.
상하이 주재 미국 영사관의 지난해 2월 전문에는 중국의 북한 전문가들이 장남인 김정남은 플레이보이 기질이 너무 강하고 둘째 아들은 비디오 게임에 더 관심이 많으며 김정은은 너무 젊고 경험이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적혀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