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가 28일(현지시간) 공개한 문건은 미 국무부가 지난 3년간 전 세계 270개 공관과 주고 받은 것으로, 민감한 외교사안은 물론 각국 정부와 지도자들에 대한 적나라한 평가도 담겨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미 정부가 이번 문건공개가 외교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파장 확산 차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아랍 국가들의 대(對)이란 공격 가능성, 파키스탄에서 기대했던 핵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 구글에 대한 사이버공격 배후는 중국 공산당이라는 등 다양한 사안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이 담겨 있다.
또 미 외교당국이 외교관들에게 유엔 관리를 비롯한 외교 상대방에 대해서는 신용카드번호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입수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문건에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이란이 서유럽을 사정권에 두는 중거리 미사일을 북한으로부터 입수했다는 의혹도 문건에 담겼다.
문건 중에는 성추문으로 유명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등 각국 지도자에 대한 비하하는 듯한 신랄한 평가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이탈리아 로마 주재 공사는 한 문건에서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해 유럽 지도자로서 무기력하고 무능한 인물이라고 평가했고,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관은 2008년 본국으로 보낸 문건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영화 ‘배트맨과 로빈’에 나오는 로빈에, 푸틴 총리는 배트맨에 각각 빚댔다.
또 사르코지 대통령은 ‘권위적인 스타일의 말라깽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뇌졸중으로 신체ㆍ정신적인 트라우마(외상)를 입은 ‘무기력한 늙은이’라고 평가했다. 30년째 집권하고 있는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에 대해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관계협력부 장관을 인용해 ‘미친 늙은이’라고 표현했다.
이밖에 문건에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동생 아메드 왈리 카르자이가 각종 부패사건은 물론 마약 거래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새로운 의혹도 담겨 있다.
이번 문건공개와 관련해 백악관은 “외교와 관련한 사담이 전 세계 신문지상에 공개되면 미국은 몰론 동맹국의 외교적 이익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장보고(field reporting)는 보통 적나라하고, 불완전하며 비공식적인 표현이 담겨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가 새로 폭로한 문건은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슈피겔, 르몽드 등 전 세계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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