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진행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는 우리 국민이나 국가의 자존심에 큰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국가적 자존심을 손상해가면서까지 미국에 끌려 다니는 통상외교는 참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초겨울 혹한이 찾아왔던 지난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여 마주한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진안·무주·장수·임실군)은 한미 FTA 추가협의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참여정부 당시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재임하며 한미 FTA 협상을 사실상 주도한 정 최고위원과의 인터뷰에서의 화두는 당연히 '한미 FTA 추가협의' 였다.
-참여정부 시절 산자부장관으로 재임하면서 한미 FTA 협상을 실무적으로 주도했는데 현재 진행중인 한미 FTA 추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원래 FTA는 양국이 '윈-윈'(win-win)하는 것인데 지금 추진하는 것을 보며 한국은 기울고 미국만 유리한 입장이다. 한미 FTA는 미국에게 전략적으로도 당한 케이스다. 처음엔 자동차 협상을 주문하다가 자동차 일부를 양보한 것 같으니까 이제는 쇠고기 카드를 꺼냈다.. 또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로 기한 잡으면서 쫓기는 협상 하게 됐다. 이는 완전히 미국의 꼼수에 말려든 케이스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는 원래 양국간 타결된 대로 해야 한다. 한미 FTA에서 자동차 분야는 우리쪽 핵심이다. 이 분야를 빼놓고 나면 FTA를 할 이유가 없다."
-미국측에서 실제 자동차 관세 철폐 기간연장 뿐 아니고 세이프 가드 도입, 협정문 등을 손질해야 하는 부분도 간곡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렇게 되면 비준이 어려워지지 않나?
"자동차는 관세는 각각 한국이 2.5%, 미국이 8%로 양국이 철폐하면 미국은 8% 싸지는 것인 반면 우리나라는 2.5% 만 싸지는 것이다. 대신 미국은 시장규모가 크다. 그래서 하자는 것이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에 70만대 팔았는데 2009년에는 50만대 밖에 못 팔았다. 협상할 때보다 대미 수출량이 줄었든 것이다. 자동차 대미 수출이 많아야 관세철폐효과가 커질 것 아닌가. 그나마 작은 이해 관계 마저 포기하고 국가적 자존심도 버리려면 한미 FTA는 하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계속 이러한 상황이라면 한미 FTA의 지지를 철회한다는 말인가?
"원래 나는 한미 FTA 협의안+선대책 일 경우에만 조건부 찬성한 것이지 만약 우리나라의 실리를 내주고 자존심 마저 짓밟힌다면 당연히 지지를 철회한다."
-한미 FTA와 관련, 향후 전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자동차 쇠고기 등 미국측이 일방적 의제를 꺼내 놓는 것이 문제다. 불가피하다면 우리나라도 똑같이 독소조항을 의제로 꺼낼 수 있다고 보는가?
"원래 재협상은 그것이 정상이다. 협상이라는 것이 양국측이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지 한쪽만 긁어주는 것이 어디 있나. 당연히 재협상은 양측이 주고 받아야 는데 일방적이어선 안된다. 현저하게 균형이 무너진 것을 바로잡자는 것이 아니고 겨우 맞춘 균형을 깨는 협상 하려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협상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환율과 관련해 피해를 보는 정책이라며 논리적으로 지적했다. 최근 전 세계 환율 분쟁 보면 자국 이익극대화 추구하지 않는가. 민주당 목소리가 배치되지 않나?
"고환율 정책을 펼 경우와 과도한 흑자가 바람직한 것인지 잘 생각해봐야한다.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만 그 때문에 국내 물가가 오르고 서민 경제가 어려워진다. 특히 내수를 중심으로 하는 소상공인 생활이 어려워진다면 누굴 위한 환율 정책이고 누굴 위한 수출정책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몇 년 이명박 정권 들어 인위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유지했다고 보는데 이는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에 사실 조심해야 한다. 수출업체들은 특히 대기업들은 수출로 재미를 단단히 봤지만 중소기업은 죽을 지경 아닌가. 이러한 환율 정책은 재벌과 대기업 등의 이해관계만 충족시켜주고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서 그야말로 경제 양극화를 심화시켰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적정 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전 세계의 환율 분쟁 양상은 계속될 텐데?
"지난 10월 경주에서 G20 재무장관들이 모여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와 환율 정책 동원 등에 대해 자제하자는 정도의 합의를 이뤄어 냈는데 이러한 기조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제도화하지는 못했지만 의제가 중심적으로 다뤄졌다. 과도한 환율 정책 경쟁에 대해서는 주의와 환기를 시켜 준 측면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앞으로도 환율 정책에 대한 갈등이 일어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당대표 시절 '뉴민주당 플랜'을 내세웠다. 성장과 분배의 조화로운 선택을 해야한다고 주창하는 이유는 뭔가?
"뉴 민주당 플랜은 상당히 균형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분배, 복지도 강조하고 있지만 포용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자는 것이다. 복지를 하려면 재원이 있어야한다. 지금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이니까 복지 수준을 향상시키는 게 옳다. 소득 수준 향상되는 속도에 맞게 복지 수준도 향상돼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렇다고 소득을 높이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민주주의 대장정 첫걸음이 오늘부터 시작됐다. 당내 현안에 대해 말해달라?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한탄하며 서거하시지 않았나. 지금 이명박 정권의 국정 운영을 보면 후퇴수준을 넘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상황이다. 어떻게 2010년도에 민간인 사찰을 하고 있다는말인가. 정권이 앞장서서 대포폰을 청와대와 총리실 등에 나눠주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 말이다. 이 문제는 철저히 그리고 낱낱이 밝혀야 한다. 국조와 특검 등을 통해 밝혀지면 이명박 대통령까지 사과해야 할 일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 체제가 50일 정도 지났는데, 평가한다면?
"손 대표가 아주 열심히 민주당을 수권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 (대표 경선)경쟁할 땐 하는 것이고 일단 경쟁이 끝나면 모두 힘을 합쳐서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손 잡아야 한다."
-북한의 최근 연평도 포격 사건을 어떻게 보는가?
"참담한 심정이다. 많은 국민들이 불안하고 한심하게 생각할 것이다. 어떻게 포가 절반밖에 작동하지 않고 레이더는 무용지물에 사전 정보는 입수하지 못했다는 것인지. 군의 총체적인 부실이다. 하루이틀일도 아니지 않은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안보·통일 정책에 있어 인적 쇄신 등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정치인으로 본인의 색깔은 뭐라고 보나. 또 정치에 대한 개인적 키워드는 뭔가?
"내 정치 색깔은 노랑색이다.(하하) 글쎄 그렇게 모두들 보지 않나. 나는 통합과 조정의 능력이 있고 그런 쪽에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고 본다. 여의도에서 비교적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신뢰와 통합 조정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것도 스스로 말하기 부끄러운 얘기다.(하하)"
(아주경제 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