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의회 "카틴숲 학살 스탈린이 지시" 인정

2010-11-28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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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의회 "카틴숲 학살 스탈린이 지시" 인정


러시아 국가두마(하원)가 26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 비밀경찰에 의해 수만 명의 폴란드인들이 총살당한 '카틴 숲 학살 사건'이 스탈린과 소련 지도부의 직접적 지시에 따라 자행됐음을 시인하는 성명을 채택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 의회는 그동안 카틴 숲 학살이 나치군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하는 공산당 의원들의 격렬한 반대로 성명 채택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보도에 따르면 국가두마는 이날 채택한 '카틴의 비극과 그 희생자들에 관한 성명'에서 "오랫동안 비밀 국가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오다 공개된 자료는 무시무시한 비극의 규모를 드러내 줬을 뿐 아니라 이 범죄가 스탈린과 다른 소련 지도자들의 직접적 지시로 저질러졌음을 증명해줬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소련 시절의 공식 선전은 '카틴의 비극'으로 이름 붙여진 이 죄악의 책임이 나치범죄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가설은 소련 사회에서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으며 폴란드 국민의 분노와 모욕, 불신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성명은 "오랫동안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비공개 고문서보관소에 보관돼 왔던 많은 자료들이 이미 폴란드 측에 넘겨졌으나 일부 비밀문서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의원들은 앞으로 계속 고문서 자료들을 연구하고 희생자들의 명단을 확인하면서 카틴 숲과 다른 곳에서 학살당한 정직한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내고 이 비극의 모든 상황에 대해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성명에서 의원들은 "근거 없는 탄압의 대상이 된 모든 희생자들과 친인척들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경시한 체제를 단호하게 비난하며 폴란드 국민에게 손을 뻗쳐 양국 관계가 민주적 가치에 기초한 새로운 단계를 맞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성명 채택에는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과 친여 정당인 '정의 러시아당', '자유민주당' 등이 찬성했으나 공산당은 반대표를 던졌다.

   국가두마의 성명 채택은 올 연말로 예정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을 앞두고 이뤄졌다. 폴란드 측은 즉각 환영 의사를 발표했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27일 "러시아 의회의 성명 채택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폴란드 방문에 앞서 나온 긍정적 신호"라며 "우리는 러시아 의회의 공식 문서인 이 성명을 큰 만족감을 갖고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도 러시아 의회 결정을 '훌륭한 행보'라고 환영하며 "앞으로 더 진전된 러시아의 조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틴 숲 사건'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 4월 폴란드인 2만여 명이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인근의 카틴 숲에서 옛 소련 비밀경찰에 의해 총살당한 사건을 일컫는다.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당시 서기장이 폴란드 독립의 씨를 자르기 위해 이 나라 지식인들을 처형하라는 비밀 명령을 내린 데 따른 것이었다.

   카틴 숲 사건은 역사적으로 오랜 갈등을 겪어온 러시아와 폴란드 관계의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한 걸림돌이 돼 왔다.

   올해 4월에는 카틴 숲 학살 추모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인사 등 96명이 탄 특별기가 학살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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