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대로 새 금융규범이 출범하고 세계 경제권력의 이동이 시작되는가 하면, 세계 경제의 화두인 환율 공방을 잠재울 해법도 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 해법은 그 수위에 따라 공방을 종식시킬 수도 있지만 불씨를 남길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공방에 불을 댕길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초미의 관심사다.
이는 글로벌 정책 공조의 장이 돼온 G20의 향후 위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성과 '풍성'..지난 2년의 노력 집약
이번 회의는 5차째다. 첫 회의가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금융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2008년 11월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이후 딱 2년만이다.
시기적으로 지난해 4월과 9월에 각각 런던, 피츠버그를 찍고 올해 6월 토론토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논의돼 왔던 의제들은 물론 올해 한국이 추가한 '코리아 이니셔티브'의 결실을 수확하는 시점에 열렸다.
아울러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는 이번 금융 위기의 극복을 G20이 주도한데 이어 이번에는 새로운 성장 국면의 진입을 엿보고 그 방법론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세계의 리더들이 모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이 때문에 그 결실은 풍성할 수밖에 없다. 새롭게 만들어진 금융 규범과 세계경제의 재균형을 위한 지속가능한 성장방안이나 국제통화기금(IMF) 지배구조 개혁은 새로운 경제질서 형성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선언 세계경제 이정표 기대
지난 2년간 노력의 결실은 이날 오후 4시 서울선언을 통해 공개된다.
과거 회의보다 두툼해진 서울선언에는 현재로서는 환율 공방과 연결된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프레임워크(협력체계)'를 빼고는 문안 합의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코리아 이니셔티브 가운데 글로벌 금융안전망의 경우 1단계 조치로 IMF가 마련한 탄력대출제도(FCL) 개선과 예방대출제도(PCL)의 신설을 환영하고 2단계로 지역 안전망과 IMF의 공조 필요성을 제기하는 내용이 담긴다. 이는 내년 프랑스 정상회의로 연결돼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자는 의지가 피력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도상국의 지지를 받는 개발 의제의 경우 개도국을 위한 다년간의 개발 액션플랜이 공개될 전망이다. 이 액션플랜은 개도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는 방법론을 구체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G20 정상들이 1차 워싱턴 회의에서 '개혁 원칙 이행을 위한 실천계획'을 통해 밑그림을 짰던 금융규제개혁에 대해선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바젤위원회 등이 만든 새로운 은행 자본.유동성 체계 등 세부 방안을 최종 승인하는 모습을 갖춘다.
이는 향후 금융규범의 변화를 의미하는 만큼 세계 금융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과도한 자본유출입의 악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을 포함한 거시 건전성 정책체계에 대한 내용도 적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자본 유출입 규제를 이번 회의 이후로 미뤄둔 정부로서도 규제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다.
국제금융기구 개혁의 경우 지난달 경주 재무장관회의의 극적 합의를 바탕으로 지난 5일 IMF 이사회가 의결한 IMF 쿼터 개혁안을 그대로 추인하게 된다. 선진국이 지분 6%포인트를 신흥.개도국에 넘기기로 하면서 중국이 6위에서 3위로 급부상하고 한국이 18위에서 16위로 상승하게 됐다.
이는 IMF에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를 중심으로 한 신흥.개도국의 발언권이 높아지면서 경제 권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셈이다.
이밖에도 21세기 다자 무역질서의 틀을 짜기 위해 2001년 11월 출범한 도하개발어젠다의 균형 있는 타결을 재차 촉구하고 모든 형태의 보호무역을 배격하는 이른바 '스탠드스틸' 원칙이 재천명될 것으로 보인다.
◇환율해법에 관심 집중..G20 위상에 영향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환율 공방이다.
우선 '시장결정적 환율제도로의 이행'과 '경쟁적인 통화절하 자제'를 담은 경주 장관회담의 환율 원칙에는 공감하고 있다. 나아가 '통화절하 자제'보다 적극적인 표현인 '통화 저평가 자제'로 업그레이드하자는 바꾸자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쟁점은 경상수지 관리제. 경상수지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책수단을 추구하는 방법론을 놓고 지난 8일부터 나흘간 실무진이 협의를 벌였는데도 입장차만 확인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 흑자나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관리하자는 한국의 복안은 테이블 위에 올리기가 힘들어졌다. 이달초 미국의 양적 완화가 신흥국의 공격 대상이 된데다 수출대국인 중국, 독일, 일본도 반대 진영에 선 결과다.
11일 정상들의 업무 만찬 때도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고 서울선언에는 향후 합의시한과 접근법을 구체화하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물론 높은 수준의 합의를 도출한다면 서울선언이 경제사적 가치를 갖는 이정표로 빛날 수도 있겠지만, 환율 전쟁의 확전을 막고 '평화적 해결'의 길로 접어들게 하는 디딤돌을 놓는데 그치더라도 성과가 아니겠느냐는 게 회의장 안팎의 시각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