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화폐전쟁 , 총성없는 전쟁의 결말은 위안화 지역통화로 귀결될 듯

2010-11-1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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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원(경제학박사/ 한국산업은행 산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은 중국 위안화를 표적으로 화폐전쟁을 일으켰다. 지금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로 진행되고 있는 화폐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이 총성없는 전쟁의 끝은 어떤 모습일까?

2차대전 이후의 세 번의 화폐전쟁을 되짚어보자. 첫 번째는 베트남 전쟁직후였다. 미국은 당시에 패전의 후유증으로 양적팽창 정책을  썼고, 달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는 추락했다. 그때는 금본위제도였기 때문에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는 주문이 쇄도하였다. 결국 미국은 1971년 금태환정지선언을 하기에 이르렀고 (속된말로 ‘배째라’고 나왔고) 이에 따라 마르크화와 엔화를 중심으로 국제통화의 다극화가 나타났다.

두 번째 화폐전쟁은 1985년 플라자합의이다. 이것은 세계경제에서 괄목상대로 부상한 독일의 마르크화와 일본의 엔화에 대한 미 달러화의 강제진압이었다. 마르크화와 엔화는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이루어진 합의(를 빙자한 강압)에 의해 각각 두배가량 평가절상되었고 이후 독일과 일본의 경제성장은 주춤거리게 된다. 특히 일본은 그 후 90년대부터 소위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경제 침체를 경험하며 세계경제의 주도권 다툼에서 물러서게 된다.

미국은 글로벌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플라자 합의 이후에도 미국은 여전히 경상수지적자를 이어갔고 환율조정은 무역수지 개선에 그다지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자 환율조정이 무역수지 개선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 원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학자들은 J커브 효과, 교두보 효과, 가격전가 효과 등 세가지 원인을 찾아냈다.

J커브효과는 환율변화에 따른 가격결정과 주문에서 생산, 선적에 이르기 까지 3~6개월의 시차가 존재하는 무역거래의 특성 상 환율변화로 인한 가격조정이 무역수지에 즉각 반영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무역수지는 계속해서 악화되다가 서서히 개선되는 J커브 형태가 나타났고 환율조정의 극적인 효과는 반감되었다.

교두보 효과는 환율변화로 무역거래이익이 크게 감소하더라도 시장 재진입시 매몰비용을 고려하여 시장에서 쉽게 철수하지 않고 교두보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과 일본의 기업들은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시장에서 버티다가 중저가 시장을 신흥국에 내어주고 고가시장을 개척하는 전략을 썼고 해당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입지는 더 줄어드는 결과로 귀결되었다.

가격전가 효과는 기업이 환율 변화로인해 수출품의 가격을 변경할 요인이 발생하더라도 환율변화 폭을 전부 다 가격에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과 일본의 수출기업은 미국시장의 타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대에서 마진폭을 조정하여 환율변화의 충격을 흡수해버렸다. 이에 따라서 환율 조정분보다 훨씬 적은 폭의 가격변동만 일어나서 무역수지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간의 화폐전쟁을 통한 환율조정은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 개선에 큰 효과를 내지 못했으며 대신에 미국은 독일과 일본이라는 경쟁상대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효과에 만족하고 2차 환율전쟁의 막을 내렸다. 그후 독일과 일본이 내어놓았던 중저가 시장은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라는 우리나라, 대만, 홍콩, 싱가폴 등 신흥 시장국의 차지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였고 사상유래가 없는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신흥국의 입지를 굳혔다.

이들 신흥시장국은 미국의 달러화 위상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중국이 부상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중국은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던 경제성장 속도의 세계기록을 모두 경신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왔고 최근에는 결국 달러화를 위협하는 수준의 경제체로 성장하였다. 최근의 금융위기로 달러화에 대한 신뢰가 의심받게 되자 중국은 본격적으로 세계기축통화의 협의에 도전하였다. 2009년 3월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SDR 기축통화론을 들고나와 이슈화에 성공하였고 한편으로는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는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른다.

미국의 자존심은 상처를 입었고 이에 대한 반격에 나선 것이 2010년 9월 24일 미 하원의 위안화 절상요구이다. 이것이 바로 제3차 화폐전쟁이다. 미국은 2차 화폐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불균형의 원인이 위안화 평가절하에 있다고 지적하며 위안화절상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이미 일본의 사태를 보아서 알 수 있듯이 환율조정은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온자바오 총리는 (플라자 합의 때와 같이) 위안화의 급격한 절상이 이루어진다면 중국경제는 타격을 받고 경제 성장동력은 훼손되어 (일본과 같이) 쇠락의 길을 걸을 뿐이라고 하며 위안화 절상 논리에 대하여 수용하지 않겠다며 반격하였다. 위안화 절상이후에도 미국 글로벌 불균형은 계속될 것이고 또 다른 신흥국이 중국의 자리를 대신할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미국의 환율절상 요구를 일축하고 전면전에 나섰다. 이번 G20는 3차 화폐전쟁이 어떤 식으로든 일단락을 짓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번에는 미국의 손쉬운 승리를 점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차대전의 승자로써 미국이 누린 전리품이 바로 달러화 기축통화이다. 그러나 기축통화의 저주라고 할 수 있는 트리핀의 딜레마로 국제수지 적자가 이어져 왔고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압력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달러화의 위상이 도전받을 때마다 화폐전쟁이 발발하였고 미국은 힘으로 눌러서 그 전쟁에서 승리하고 기득권을 지켜왔다. 이번의 상대는 중국의 위안화이고 만만하게 당하지 않는다고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의 세력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연이은 양적팽창정책에 따라서 크게 약화되었다.

이번 3차 화폐전쟁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도 세계기축통화는 달러, 위안화, 유로화로 다극화 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를 대체하는 기축통화 후보로 각광 받았던 유로화는 이번 금융위기의 타격으로 크게 위축되었다. 대신에 위안화는 무역결제 및 채권시장의 국제통화로서 급부상하는 중이다. 앞으로 위안화는 급격한 절상 없이 중국정부의 주도하에 완만한 절상으로 이어지다가 변동환율제도로 이행할 것이다. 짧게는 2~3년 길게는 5년 내외에서 변동환율제 및 자본시장 개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각국 중앙은행이 단기간에 외환보유고 구성에서 달러화를 위안화로 대신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유로화가 유럽지역에서 무역결제 및 채권통화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것처럼 위안화는 아시아지역의 무역결제 및 채권통화로써 일정부분 달러화를 대체해갈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이것이 이번 3차 화폐전쟁의 결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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