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헤지펀드가 고위험·고수익의 정크본드 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이 고수익을 좇아 시장에 투자를 늘리면서 정크본드의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정크본드에 투자해 고수익을 거둬들이던 헤지펀드들이 정크본드시장에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이나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지난해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리스크가 크지만 수익률이 높은 정크본드에 투자해 짭잘한 재미를 봤다.
대표적인 정크펀드지수인 바클레이스 US코퍼릿하이일드 지수는 최근 3개월간 5.71%를 기록해 같은 기간 미국 국채수익률 지수인 1.87%를 크게 앞질렀다.
미국의 헤지펀드업체인 오레힐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정크본드펀드의 수익률은 67%를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오레힐파트너스는 최근 보유하던 하이일드채권의 상당부분을 시장에 내다 팔았다. 미국 국채나 주식에 집중하던 개인투자자들이 정크본드로 몰려들면서 정크본드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스캐피탈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로 구성된 무츄얼펀드들은 정크본드 시장의 3분의 1를 차지하며 새로 유입되는 자금의 절반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9월 미국의 하이일드본드에 투자하는 무츄얼펀드의 규모도 35억 달러를 기록해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미투자자들이 몰려들면서 최근 정크본드의 가격은 3년래 최고수준으로 뛰어 올랐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브라이언 레흘링 웰스파고 수석채권전략가는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에서 별다른 수익을 얻지 못한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정크본드를 사들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같은 정크본드붐으로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등을 통해 높은 수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뿐 아니라 뒤늦게 정크본드 시장에 뛰어 들면서 손실까지 입을 위험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충분한 수익을 올린 대형 헤지펀드업체들은 잇따라 정크본드 시장에서 빠져 나와 주식이나 모기지에 투자하고 있다. 존 행콕 하이일드펀드는 11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투자비중을 13%에서 최근 법적 최대허용치인 20%로 끌어 올렸다.
아서 캘래브리티노스 펀드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주식이나 전환사채 시장의 향후 전망이 정크본드에 비해 밝다"고 말했다.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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