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에 있는 성소 '라헬의 무덤'을 이슬람 사원(모스크)으로 인정한 유네스코와의 협력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이 4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단니 아얄론 외무차관은 3일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라헬의 무덤을 이슬람 사원으로 인정한 결정을 철회할 때까지 유네스코와의 관계를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문제 삼고 있는 이 무덤은 유대인과 아랍인의 공동 선조인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이 두 번째로 얻은 아내 라헬이 묻힌 곳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베들레헴 인근에 있다.
이슬람 신자들은 이곳을 `빌랄 빈 라바' 사원으로 부르며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성소로 여기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달 21일 회의에서 `빌랄 빈 라바 사원ㆍ라헬의 무덤'과 요르단강 서안의 헤브론에 있는 `족장들의 무덤'(막벨라 동굴)을 이스라엘의 국가 유적 목록에서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을 유대 민족의 유산으로부터 떼어놓으려는 시도는 불합리하다"라며 "아브라함과 이삭, 야곱, 사라, 레아 등 유대 민족의 조상이 묻힌 곳이 유대인들의 유산이 아니라면 무엇이 유산이냐"고 주장했다.
유네스코의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이들 유적이 유대교뿐 아니라 이슬람교, 기독교에도 종교적으로 중요하다는 로버트 세리 유엔 중동평화 특별조정관의 성명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이스라엘의 국가 유적 지정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3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 있는 라헬의 무덤과 족장들의 무덤을 국가 유적 목록에 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팔레스타인인들의 반발을 산 바 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당시 이 유적 두 곳을 국가 유적으로 올리려는 이스라엘의 조치가 새로운 폭력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들 유적이 위치한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을 영토로 한 독립국 건설을 열망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