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여운곤을 주목하라

2010-10-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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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하키 대표팀의 맏형 여운곤(36)은 한국 남자하키의 역사 그 자체다.

여운곤은 1998년 방콕 대회 때부터 2002 부산, 2006 도하 대회까지 3번의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시드니 올림픽부터 지난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올림픽에도 3회 연속 태극마크를 달고 뛴 백전노장이다.

한국 남자하키가 십여년 동안 아시아의 맹주로 줄곧 세계 4강권의 성적을 거두며 위력을 발휘하는 동안 여운곤은 대표팀 미드필더로 중심에 서 있었다.

여운곤은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수비형 미드필더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태릉선수촌 하키장에서 만난 여운곤은 자외선 차단제와 한데 섞인 하얀 구슬땀을 얼굴 위로 뻘뻘 흘리며 입을 뗐다.

"머릿속으로 항상 은퇴시기를 놓고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도 대표팀에 뽑혔네요"라며 웃음을 보인 그는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대표팀 생활이죠. 후회 없도록 마지막 남은 힘을 불사를 겁니다"라고 말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그해 11월에 웨딩마치를 올린 그는 "큰 애가 벌써 초등학교 1학년이 됐다"며 높은 하늘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국가대표로 처음 뽑혔던 십여년 전을 회상했다.

"그땐 마냥 기뻤죠. 하지만 마음 고생도 심했습니다"

대표팀 초기 시절, 동료 선수들에 밀려 출전기회를 못 잡아 속상했다는 그는 당시 매 경기를 혼자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했고 머지않아 대표팀 붙박이 주전 선수가 됐다고 전한다.이어 마지막 태극마크를 받아든 소회도 풀어놓았다.

"20대 땐 태극마크가 자랑거리였는데 이젠 부담이자 책임감으로 다가오네요"라고 말하는 표정에서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 태극기를 왼쪽 가슴에 달고 산 베테랑 선수의 세월을 엿볼 수 있었다.

하키와 같은 구기종목은 개인 실력보다 팀워크가 가장 중요한 만큼 여운곤은 팀의 맏형이자 멘토로서 조정자 기능을 충실히 할 계획이다.

대표팀 막내인 강문규(22.조선대)와는 14살 차인 여운곤은 "다른 선수들과 나이 차가 십 년이 훌쩍 넘는 탓에 자신을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최대한 동생들이 부담 갖지 않도록 편안한 형처럼 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조명준 대표팀 감독은 여운곤에 대해 "정말 성실합니다. 다른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선수죠. 아직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입니다"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여운곤은 "대표팀 코치와는 친구 사이에요"라고 말하며 웃더니 4살 차이 나는 조명준 감독에 대해선 "대표팀에서 선수로 같이 뛰었었죠. 그땐 형이었지만 지금은 엄연히 감독 선생님입니다"라며 미소를 띠었다.

여운곤은 "조명준 감독이 경기장에선 무서운 호랑이 선생님, 밖에서는 자상한 선배 같다"며 혼낼 때는 매섭게 몰아치는 리더십이 자신도 훗날 그리는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동생들이 잠시 벤치에 앉아 휴식을 마치고 그라운드에 올라 훈련을 재개하자 여운곤은 인터뷰 도중에도 엉덩이를 들썩이며 훈련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광저우 대회를 마치고 현 소속팀인 김해시청 관계자들과 상의해 은퇴시기를 결정하겠다는 여운곤은 "이번 광저우 대회에서 꼭 3연패를 달성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어느 때보다 남다른 각오를 전하고선 냉큼 그라운드 위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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