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일본 수입차 업체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년째 1300~1400원을 웃도는 엔고 현상으로 시름에 빠졌다. 설상가상 한-EU 자유무역협정(FTA)로 신난 유럽 수입차 업체의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한 일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버티는 부분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엔고로 인해 좀 더 공격적인 경영을 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운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손 놓을 수 만은 없는 상황. 일본 업체들은 어떤 대비책을 내놓고 있을까.
렉서스 하이브리드 해치백 차량 CT200h.
◆친환경·스포츠 모델로 이미지 재고= 첫 번째로 내놓은 방안은 친환경·스포츠 모델 출시로 브랜드 이미지를 향상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달과 이달 연이어 렉서스 ‘IS F’와 ‘LS460 스포트’ 등 스포츠 모델을 내놨다. ‘정숙성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세단’이라는 기존 이미지에 고급 스포츠 세단이라는 또 다른 이미지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자동차 사장은 “스포츠 세단을 전면으로 내세운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들 차종은 렉서스의 기존 DNA를 갖춘 상태에서 스포츠 DNA를 가미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강점을 갖고 있는 친환경 이미지도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도요타는 지난달 말 열린 파리모터쇼에서 첫 선을 보인 하이브리드카 ‘CT200h’를 내년 국내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혼다 역시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이미 시빅 하이브리드라는 친환경 모델을 국내 시장에 들여온 혼다코리아는 19일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를 국내 출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들 차종은 비록 주력 모델은 아니지만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엔고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본 수입차 업체로써는 많이 파는 것보다는 이 같은 전략이 적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혼다 인사이트.
◆해외공장 생산 차량 수입도 검토= 일본 수입차 업체로서는 엔고 현상이 끝나거나 한-일 FTA가 체결되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 하지만 이는 일개 기업 차원에서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유럽 생산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히사오 도요타 사장이 지난 15일 “유럽 생산 모델을 국내로 들여오는 걸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데 이어 다른 일본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도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도요타·닛산·미쓰비시 등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최근 엔고로 인해 판매되는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리는 등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동남아 생산 모델을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 내 수요가 크지 않은 만큼 한국 생산 가능성은 없지만 해외 공장 생산 모델을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은 엔고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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