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LG경제연구원 강진구 연구위원은 최근 '슬로우 리더십'을 제안했다.
점점 빨라지는 세상에서 기업의 가장 중요한 경쟁요소가 '스피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경영자들의 진가는 유연한 속도의 완급조절에서 나타난 것이 그의 조언이다.
강 연구원은 "기업경영에서 스피드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객가치"라고 말했다.
실례로 제약회사 머크를 꼽았다. 1995년 머크의 CEO인 길마틴은 '가장 빨리 성장하는 회사'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그는 안정성 검증이 덜된 관절염 치료제의 무리한 출시를 강행, 결국 제품 부작용으로 대규모 리콜과 소송에 따른 금전적 손해를 물론 기업 이미지도 크게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강 연구위원이 보기에는 모든 조직에는 조직의 리더가 생각하는 스피드와 실제 조직이 움직이는 스피드간에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를 줄이는 방법은 조직의 스피드를 높이거나 리더의 생각을 바꾸는 두 가지뿐이다.
이 지점에서 생각해 볼 조언이 있다. 하버드비지니스리뷰는 속도만 추구하며 전진밖에 모르는 '스피드'기업은 중요한 순간마다 잠시 멈춰서서 회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기업보다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제정보 평가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선즈 유닛은 34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영진에서 일산 현장까지 적절한 감속을 통해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키는 기업이 그 반대 유형의 기업보다 3년 평균 매출 및 영업이익 성장률에서 각각 40%, 52% 더 높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하버드비지니스리뷰는 이런 차이의 원인으로 전략적 속도를 지목했다. '스피드'기업은 생산량 증대나 생산주기 단축과 같은 운영의 속도에서는 빨랐지만 고객에 가치를 전달하는 시간, 즉 전략적 속도는 단축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강 연구원은 상황을 판단하고 조절하는 감독의 역할을 다시 강조한다.
이 중 업무에 몰입해 있는 직원들이 언제 뛰거나 걷거나 잠시 쉬어야 할 지 잘 판단해 주는 것도 슬로우 리더십의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강 연구위원은 슬로우리더십의 요건으로 장기적인 시각, 과정에서 가치 발견, 창의적인 휴(休) 관리를 제시했다.
그는 "현대 비즈니스 무대에서 스피드는 강력한 무기임에 틀림이 없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어 스피드 경영만으로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고객 가치 혁신을 위한 자율과 창의가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슬로우 리더십은 스피드 경영의 부작용을 줄여주는 보완재가 되면서 동시에 창의적인 조직에 적합한 리더의 요건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강 연구위원은 "스피드가 많이 강조되면서 창의적 조직 문화가 요구되는 지금과 같은 시기일수록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변화의 속도를 잘 조절하는 슬로우 리더십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lazyhand@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