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 등에 로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태광그룹 이호진(48)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말 이 회장을 소환해 방송계와 정관계뿐 아니라 금융계로도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조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수의 검찰 관계자는 17일 “태광 회장 일가의 상속증여세 포탈 의혹과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시작으로 티브로드와 관련된 여러 의혹과 정관계 로비 의혹까지 수사할 것”이라며 “쌍용화재 인수 당시 금융계 로비도 수사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이 회장 이번주 소환조사...검찰 비자금 수사 ‘급물살’
검찰은 지난 16일 이 회장의 집무실과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해 관련 증거를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르면 이번주 이 회장 일가가 소환조사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검찰은 이 회장이 상속받은 태광산업 차명 주식 중 최소 2000억원 정도를 비자금으로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현재 태광의 금융계열사에서 비자금 창구로 보이는 차명계좌의 내역을 압수해 분석하고 있다. 또 이 회장이 나머지 차명주식 1600억원 어치는 그룹 간부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정황도 포착, 관련자들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이 회장이 아들 현준(16)군에게 경영권 세습을 위한 ‘편법증여’를 했다는 의혹도 수사중이며, 태광이 케이블TV 사업 확장을 위해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비자금으로 로비를 벌였는지도 확인중이다.
◇태광 비자금 로비 의혹...청와대·정치권 넘어 금융권으로 ‘확대’
검찰의 태광그룹 수사는 비자금 형성 의혹의 증거가 속속 드러나면서 금융권 로비 의혹으로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다.
앞서 태광그룹은 지난 2006년 1월 쌍용화재(현 흥국화재해상보험)를 인수할 당시 금융감독 당국의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인수 실무를 주도한 계열사 흥국생명은 지난 2004년 대주주에게 불법 대출금 125억원을 지원해 당국의 기관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보험업법 시행령은 경고를 받고 3년이 지나지 않은 업체는 보험업 허가를 얻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는 ‘지배주주가 다른 그룹의 계열사인 태광산업’이라는 이유를 들어 인수를 승인했다.
쌍용화재 노조와 인수 경쟁사들은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은 모두 대주주가 이호진 회장 일가인데 금감위가 너무 관대하게 법령을 해석했다”고 반발했다.
당시 금감위는 인수 경쟁사 두 곳에는 허락해 주지 않은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태광 측에는 허용해주고, 통상 한 달이 걸리는 지분취득 심사를 불과 열흘 만에 끝내 버려 로비를 받지 않았겠느냐는 의심을 샀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태광그룹의 여러 의혹은 2~3년 간 첩보 수집 등 다각적으로 접근했던 사안”이라며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인 만큼 대대적인 수사를 펼칠 것이다. 방송인수 의혹이나 금융계 로비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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