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한 남북 경색국면으로 정치적으로 실효성 있는 문서로 남느냐, '사문화(死文化)'하느냐 기로에 선 형국이다.
10.4선언은 2007년 10월4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차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를 담아 발표한 합의문을 의미한다.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와 개성공단 2단계 개발, 이산가족 상시상봉, 국방장관회담 재개 등 남북관계의 거의 모든 영역을 망라하는 8개 항으로 구성돼 있다.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의 부침이 끊이지 않았던 참여 정부 시절 '산고' 끝에 태어난 10.4 선언은 당시 유엔 총회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받는 등 '옥동자' 대접을 받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권 교체 후에는 뒷전으로 밀려나는 비운을 맞았고 오히려 남북 갈등의 소재로 작용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북측은 1차 정상회담 합의인 6.15공동선언과 함께 10.4선언의 이행을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웠고, 우리 정부는 북핵과 남북관계를 연계하면서 '존중은 하지만 전면 이행은 별개문제'라는 기조로 대응한 것이다.
아울러 합의의 한 쪽 주인공인 노 전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서거함에 따라 10.4선언 이행을 촉구하는 남한 내 목소리의 구심점이 사라지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10.4선언 기념식에 정부 고위당국자가 불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게다가 지난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 그리고 올해 천안함 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고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물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제재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하면서 남북관계는 경색국면으로 치달았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이나 군사실무회담 제의 등 최근 북한의 잇따른 유화공세에도 불구하고, 결국 10.4선언이 사실상 사문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북한이 김 위원장이 서명한 10.4선언 이행을 계속 거론하는 상황에서 10.4선언이 상징적 의미만 간직한 채 사문화했다고 속단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여전히 남아 있다.
북한의 최영림 내각 총리가 지난달 8일 '정권수립 62주년 중앙보고대회'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한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데서 보듯이 북측은 여전히 10.4선언의 이행을 중시하고 있다.
정부 역시 최근 들어 이산가족과 같은 인도주의적 사안에 대해서는 다소 탄력적인 입장을 보이는 모양새다.
특히 26∼27일 열리는 남북 적십자회담은 10.4선언의 8대 합의사항 중 하나인 이산가족상봉 정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어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3일 "10.4선언에는 남북관계 전반에 걸친 광범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며 "사안별로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북측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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