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프로야구 다승 부문 단독 선두를 굳힐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SK의 에이스 김광현(22)이 할말을 잃었다.
김광현은 2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경기에 선발 출격해 6회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7회와 8회 불붙은 한화 타선을 잠재우지 못해 안타 9개를 맞고 4실점했다.
강판되자마자 김광현은 더그아웃을 벗어나 라커룸으로 향했고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방송 인터뷰도 거절한 채 프런트를 통한 공식 발언도 자제하는 등 철저히 말을 아껴 속상한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SK 구단 관계자는 "김광현이 오늘 패배로 심리적인 타격을 좀 입은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날 김광현은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뿌리며 위기 때마다 병살타나 삼진을 끌어내며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SK 타선은 2회 볼넷과 폭투를 묶어 한 점을 내는 데 그쳐 김광현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김광현은 4회부터 6회까지 내리 삼자범퇴를 이끌어내며 씩씩하게 페이스를 지켜갔지만 7회 시작하자마자 최진행과 장성호에게 연속안타를 맞더니 급격히 무너져 두 점을 내줬다.
이후 8회에는 선두 타자 강동우에게 좌측 폴대 바로 옆을 넘기는 홈런을 맞은 데 이어 안타와 2루타를 잇달아 내줬다. 결국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올 시즌 17승으로 류현진(한화)과 양현종(KIA)보다 1승 앞선 김광현은 이날 승리를 챙기면 2008년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다승왕 타이틀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패배만 하나 더하게 됐다.
종전 최고였던 2008년의 16승을 이미 뛰어넘고 1승을 더 챙길 생각이었지만 물거품이 됐다.
이제 다승왕 경쟁의 주사위는 양현종의 손에 넘어갔다. 류현진은 사실상 시즌을 접었기 때문에 양현종의 등판 여부에 따라 김광현의 다승왕이 '단독'이 될지 '공동'이 될지가 결정된다.
탈삼진도 류현진(한화)과 9개 차로 2위였던 김광현은 이날 1회부터 삼진 2개를 솎아내며 역전의 기대감을 높였지만 한화 타선이 똘똘 뭉치면서 이 역시 무산됐다.
쐐기 2루타를 때린 한화의 4번 타자 최진행은 "게임 들어가기 전에 (류현진) 생각을 했다"면서 "삼진 수가 별로 차이나지 않아 신경썼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현진이가 삼진 먹으면 벌금 내라며 농담으로 말했지만 신경이 쓰였다"면서 "첫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는데 의식 안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번 패배가 두고두고 쓰라리겠지만 김광현의 올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팀이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하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기 때문.
입버릇처럼 시즌 목표로 "다승왕보다 팀 우승이 먼저"라고 외쳐왔기에 패배의 아쉬움을 생각할 틈도 없다. 김광현의 마음은 이미 한국시리즈를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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