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치가는 2006년 4월에도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한차례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전 대표가 '엉터리 이메일 폭로' 사건으로 인책 사임한 뒤 잔여 임기를 두고 민주당 중.참의원 의원 191명이 참석한 가운데 맞부딪혔다.
이때는 간 총리가 72표를 얻는데 그쳐 119표를 획득한 오자와씨에게 47표 차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선을 시작하자마자 오자와 전 간사장의 최대 약점인 정치자금 의혹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진 끝에 승리를 거뒀다.
지난달 31일 출마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이 정치에 입문했을 때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적 스승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록히드 스캔들을 보고 '더 이상 정치에 돈이 관련되어서는 안된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이달 1일 밤 한 모임에서는 오자와 전 간사장을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1828∼1877)에 비유했다. 사이고가 메이지유신을 이끌었지만 정작 유신 이후 세이난(西南)전쟁에서 패해 자결한 사실을 들어 '오자와가 정권 교체의 공신인지는 몰라도 정권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
오자와 전 간사장은 이날 패배로 자신의 당 대표 경선 도전 사상 첫 패배를 당했다. 이전까지는 신진당과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3전 전승을 거뒀다.
투표 직전에 한 마지막 연설에서도 오자와 전 간사장 쪽이 4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우세해 보였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2006년 당시 마지막 연설에서는 이탈리아 영화 '들고양이'의 명대사를 인용해가며 일본의 변화를 역설했다. "변화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우선 내가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버트 랭카스터의 명대사를 인용한 오자와의 연설로 승부가 바뀌었다는 분석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오자와 전 간사장은 14일에도 갈라진 목소리로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물방울을 눈에 머금은 채 "내겐 꿈이 있습니다"라는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명구를 빌려 정권 교체의 이상을 호소했다. 반면, 간 총리는 여전히 미리 써놓은 연설문을 더듬더듬 읽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백전노장의 명연설도 정치자금 의혹으로 나빠질대로 나빠진 여론이나 간 총리의 '클린 정치'라는 단순한 구호가 갖는 호소력까지 넘지는 못했고, 재대결 결과는 간 총리의 설욕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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