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박근혜식 소통정치가 시작됐다?’
여야를 통틀어 자타 공인 ‘1위’의 차기 대권주자로 불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움직임이 최근 부쩍 달라졌다. 연초 ‘세종시 원안 고수’ 주장 이후 별다른 정치적 언급 없이 ‘정중동’ 행보를 보여 온 그가 점차 활동반경을 키우고 있는 것.
박 전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당 소속 여성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박 전 대표가 여성의원들과 식사를 한 건 18대 국회 전반기인 지난 2008년 9월 여성 초선의원들과의 점심 이후 2년 만이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주선한 이날 오찬엔 친이(친 이명박)계로 꼽히는 전재희, 진수희 등 두 명의 전·현직 보건복지부 장관도 자리해 계파 간 소통행보의 연장선상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박 전 대표는 지난달 2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현 정부의 성공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협력키로 한데 이어, 이틀 뒤 조해진, 강승규, 김영우 등 친이계 의원 3명, 그리고 친박(친 박근혜)계 의원 2명과 오찬을 함께한 사실이 알려져 정치권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오늘(14일) 오찬도 그렇고,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는 일상적인 활동이다. 다른 시선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정치권 안팎에서 박 전 대표가 외연확대를 통해 사실상의 차기 대권레이스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9월 둘째 주 주간 정례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4%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차기 대권주자 가운데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0.7%포인트 오른 27.6%로 1위를 지키고 있는 모습.
박 전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대통령 박정희와 리더십’ 출판기념회에 참석,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산업과 과학기술이 같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고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으며, 10일엔 대구광역시와의 당정협의회에 참석, 동남권 신공항의 경남 밀양 유치 문제에 대해 “정치적 접근을 배제하고 최대한 경제논리, 편익 위주로 결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나와선 국가재정 운용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등 ‘내공’을 과시했으며, 15일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제대혈법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제대혈법은 박 전 대표가 지난해 6월 복지위에서 활동할 당시 발의한 ‘제2호’ 제정법이다.
트위터와 미니홈피 등을 통한 지지층과의 소통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한편 18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에 몸을 담았던 박 전 대표는 이날 오찬에서 진 장관 등에게 “농촌의 노인들을 위한 물리치료 센터 건립 등의 복지문제에 신경 써 달라”고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정치 현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으나 박 전 대표가 다양한 유머를 준비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고 한다.
다만 박 전 대표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3단계’를 소개하며 “현실적으론 불가능한 일이나 말만 하면 그럴 듯한 게 있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이날 오찬엔 박 전 대표와 나 최고위원을 비롯해 전재희·진수희 전·현직 보건복지부 장관, 김옥이, 강명순, 박영아, 정옥임, 김소남 의원 등 여성의원 15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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