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업계에서는 KB캐피탈이 업계 최대의 화두인 '50%룰'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전날 한국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 답변을 통해 'KB금융지주는 계열사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서민금융 진출을 고려 중이나 현재 확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캐피탈사 설립을 통한 서민금융 활성화는 어윤대 회장이 취임할 때부터 언급한 부분”이라며 "현재 시장조사 단계에 있으며 자체 설립할지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진출할지 아직 검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 회장이 서민금융을 강조한 만큼 캐피탈업계는 KB지주 소속 캐피탈사가 우리금융지주 소속의 우리파이낸셜처럼 개인 소매금융 위주의 영업을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경우 KB금융지주의 높은 인지도와 브랜드 파워가 영업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또한 경쟁사보다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점도 경쟁 우위 요소로 꼽힌다.
그러나 캐피탈업계는 KB캐피탈이 넘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50%룰을 꼽고 있다. 50%룰은 캐피탈업의 본업인 할부나 리스 여신이 총 여신의 50%를 넘어야 한다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상의 규정을 말한다. 이 규정은 카드 대란 이후 카드사들의 무분별한 현금서비스 확대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50%룰에 따르면 캐피탈사들이 부수업무인 개인 신용대출을 늘리려면 본업인 할부 리스 자산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
문제는 할부 리스 자산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할부금융업은 완성차 메이커별로 전속 할부금융사들이 대부분의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현대캐피탈, 르노삼성차는 RCI(르노캐피탈), GM대우는 아주캐피탈이 전속 할부금융사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시중은행과 카드사들도 자동차 할부금융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자동차 금융부문이 레드오션화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따라 캐피탈업계는 KB지주가 독자적으로 기존 캐피탈사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파이낸셜도 지난 2006년 쌍용캐피탈의 자동차 금융 부문을 인수해 자동차 금융을 확대한 바 있다. 인수 대상으로는 현재 M&A 매물로 나와있는 우리캐피탈이 거론된다.
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신한은행도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야심차게 내놓았지만 차량과 할부금융 상품이 함께 팔리는 현 시장 구조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신규 진입자로 영업망을 새로 갖춰 의미 있는 시장 영향력을 갖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50%룰을 극복하려면 M&A 외에는 대안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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