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조여온 유럽중앙은행(ECB)이 출구전략 시행을 미룰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0일 ECB가 오는 2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은행들에 대한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내년 초까지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지난 27일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에서 각국 정부가 공공부채를 해소하지 않으면 일본이 겪은 '잃어버린 10년'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부양정책의 종료를 주장했다.
FT는 그러나 ECB가 유로존 경제성장률이 전망치를 웃돌고 독일이 수출 의존도를 낮추며 고속 성장하고 있지만 미국 및 세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유로존 일부 국가의 재정난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연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트리셰 총재는 오는 2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1주일ㆍ1개월ㆍ3개월 만기 자금에 대한 유로존 은행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이후 도입된 ECB의 양적완화 조치는 3년째 이어지게 된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악셀 베버 총재는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ECB의 출구전략이 내년까지 미뤄질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는 통화정책회의 멤버들이 이미 긴급 대출 프로글매 연장 조치에 의견을 모은 상태라고 전했다.
토머스 마이어 도이치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 역시 "출구전략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강경파들도 긴급 대출 프로그램을 내년 1분기까지 연장하는 데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아울러 ECB가 이번 회의에서 지난 5월 도입한 국채 매입프로그램도 재가동할 것으로 전망했다. ECB는 저금리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금융시스템에 부담으로 작용해 향후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국채 매입 프로그램에 우려를 표시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위기 충격이 다소 누그러졌다는 판단에 따라 국채 매입 규모를 줄여왔으며 트리셰 총재도 지난달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매입 종료를 시사한 바 있다. FT는 또 ECB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에서 동결할 것으로 점쳤다.
한편 ECB는 올해 유럽 경제 성장률이 지난 6월 예상했던 1%대 중반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에 대한 은행 대출 규모가 줄고 있어 회복세가 지속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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