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일본 엔화가 급등하자 증권가에서는 수혜주 찾기에 여념이 없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달러랑 84엔 수준까지 하락한 상태다. 이는 사상최대의 엔화강세다. 월간 엔·달러 환율 하락률(월평균기준)은 1998년 10월에 한 달 동안 12.57% 하락한 이후 최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슈퍼 엔고’ 수혜주로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소재, 조선업종을 꼽았다. 양국 간 경쟁이 심한 업종이 수량측면에서 수혜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최대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은 우리 자동차업체들의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엔·달러 환율은 일본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마켓에서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현대차 주가는 원·달러 환율보다는 엔·달러 환율에 의해 더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또 현대·기아차 해외공장 동반진출 부품업체들도 반제품조립(CKD) 수출이 본사 매출액의 20∼40% 정도를 차지해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화 초강세에 따라 국내 IT 세트 및 부품업체들의 점유율 상승세가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제품별로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패키지 기판, 2차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평판 텔레비전의 수혜가 크고, 업체별로는 삼성전기, 삼성SDI, LG전자 수혜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부품 업체들에게 수혜가 더 크다"며 "국내 세트 업체들의 점유율 상승효과에다가 또다시 세트 업체 내 점유율 상승효과가 더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동찬 동부증권 퀸트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은 광물류, 자동차, 선박, 고무제품, 철강재, 전기전자 등”이라며 “이를 업종별로 정리하면 자동차, IT, 소재, 조선업종”이라고 전했다.
이 외에도 증권가는 호텔신라, 두산인프라코어,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전기, 우주일렉트로닉스 등을 엔고 수혜주로 거론하고 있다. 또 소녀시대의 일본무대 데뷔로 에스엠이 일본 로열티 비중이 큰 엔고 수혜주로 부각되기도 했다.
엔고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정부의 환시개입 신호가 감지에도 엔화 강세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가토 준 신킨자산운용 투자매니져는 "일본중앙은행(BOJ)가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서더라도 그 방법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키야마 후미히토 스팔스자산운용 펀드매니져 역시 "BOJ가 다른 국가보다 강력한 통화 완화 정책을 내지 않는 한 엔화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산 연구원은 "원·엔 환율이 상당기간 현 수준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지속할 것"이라며 "미국의 경기 둔화 영향으로 안전 통화 선호 현상이 쉽게 해소되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제임스 천사이드 아시아퍼시픽자산운용 이사는 "엔을 사는 것은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확실한 베팅 중 하나"라며 엔화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요시다 노리타카 외환 트레이더는 "몇주 동안 엔화가 꽤 주목할 만한 속도로 오르고 있기 때문에 엔화를 사들이고 있다"며 "엔화 매입은 승리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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