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이중침체(더블딥)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친 기상이변 악재를 불식시켰다. 글로벌 증시의 급락 속에 안전자산으로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가뭄과 폭우 등의 영향으로 급등했던 곡물가격마저 하락 반전했다.
반면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달러화에 대해 최근 15년래 최고치로 치솟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밀은 부셸(약 27㎏)당 6.75 달러로 전날보다 2.53% 하락했다. 옥수수와 대두도 각각 2.88%, 0.74% 떨어졌다.
곡물 가격은 최근 주요 산지에서 발생한 기상이변으로 밀이 한달 동안 15% 오르는 등 급등세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날 미국의 7월 기존주택 판매실적이 15년래 최저치로 떨어지며 불안감을 자아내자 상품시장에서는 원유와 구리 등 위험자산에 대한 매도행진이 이어졌다.
7월 기존주택 판매는 전월에 비해 27.2% 줄었는데 전문가들은 고용 창출을 통한 주택시장 회복 없이는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올리 렌 유럽연합(EU) 경제ㆍ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뉴욕에서 가진 회견에서 미국과 유럽은 더블딥 위험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여파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01% 하락하며 근 두달 만에 배럴당 72 달러선 아래로 밀렸고, 가솔린과 구리도 각각 1.68%, 1.6% 빠졌다.
금속과 에너지 가격 하락세는 수급상황이 가격을 결정짓는 곡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12년래 최고치로 가격이 뛰었던 커피원두는 8.1% 하락하며 상승분을 반납했고, 코코아 가격도 1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품투자 전문가인 래리 영 코브넌트트레이딩 사장은 "투자자들은 세계 경제가 곧 나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상품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날 미국 뉴욕 증시와 유럽 증시 주요 지수는 1% 이상 하락한 데 비해 엔화는 초강세를 기록,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ㆍ달러 환율은 한때 15년래 최저치인 83.57 엔까지 밀렸다.
미국과 영국, 독일의 국채 수요 역시 크게 늘면서 수익률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5일 아시아 주요 증시도 전날의 급락세를 이어받았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 MSCI아시아태평양지수는 1.5% 가까이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선물은 장중 한때 1.5%까지 추락했다. 닛케이지수와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1.66%, 2.03% 하락했다.
엔화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약세로 돌아섰지만 엔ㆍ달러 환율은 15년래 최고치에 근접한 84 엔선을 맴돌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영문판은 이날 일본은행(BOJ)이 이르면 다음달 6~7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당겨 0.1%의 금리가 적용되는 시중은행 대상의 대출 프로그램 규모를 20조 엔에서 30조 엔으로, 만기는 3개월에서 6개월로 각각 늘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raskol@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