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의 시사 돋보기] 李대통령의 편치 않을 여름휴가

2010-12-27 08:36
  • 글자크기 설정

  
 
김영욱 정치팀장
(아주경제 김영욱 기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남해안에 있는 한 섬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에서 일명 청해대(靑海臺)로 불리는 곳이다. 다음날 아침 김 전 대통령은 부인 이희호 여사와 함께 해군함정을 타고 다도해를 둘러보기도 했다.

이례적인 일은 김 전 대통령의 휴가모습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점이다. 청와대측은 대통령 전속사진사가 찍은 7장의 사진을 각 언론사에 제공했다.

대통령 부부가 함께 낚시를 하는 모습, 오리에게 먹이를 주는 장면, 망원경을 통해 먼 바다를 보는 모습 등이 카메라에 담겼다. 청와대측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며 대통령 휴가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언론에 전격 배포한 것은 '대통령의 휴식'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달 31일부터 일주일간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이 대통령은 휴가 기간 중 부인 김윤옥 여사를 포함한 가족들과 함께 남해안의 한 휴양시설에 머물면서 격무로 쌓였던 피로를 씻어낼 계획이지만 올해 휴가는 여느 해와 달리 편치는 않을 듯싶다.

이 대통령은 휴가가 끝나는 대로 6.2 지방선거의 참패 후유증을 7.28 재·보선의 승리로 어느 정도 복구했다고 하지만 이미 돌아서버린 민심을 다잡을 이른바 '뉴 스타트 플랜' 을 내놓아야 한다.

이에 따라 '휴가구상'은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고 주요 국정과제의 이행을 위해 지방선거 참패로 느슨해진 국정 장악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지난달 29일 전격 사퇴한 정운찬 총리의 후임인사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개각은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기조로 이미 내세운 친서민·소통·개혁·세대교체 등에 방점을 둘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통령은 "휴가때 충분히 구상을 한 뒤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혀 이르면 10일께 후임 총리를 비롯한 각부 장관들을 일괄 내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은 또 휴가 기간에 8.15 경축사에 대한 구상의 얼개를 정리, 휴가를 마친 뒤 참모들과 구체화시킬 계획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8.15를 집권 후반기의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어서 휴가기간 8.15 경축사에 담을 내용을 놓고 고민과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경축사를 통해 하반기 국정 운영의 방향과 분야별 세부 내용을 국민들에게 제시한다는 방침을 이미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경축사를 통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어야 하는 데 그 '화두'를 휴가 기간에 찾아내야 한다.

경축사에는 친서민 중도실용,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비롯한 정치개혁,교육개혁,산업정책 재편, 대북정책 등을 포괄하고 4대강 사업의 불가피성을 다시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제회복과 양극화의 균형에 대해서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주의 바탕아래 기업 규제 완화는 지속하되 경제회복의 온기를 중소기업과 서민층에게까지 확산시키겠다는 얘기도 포함될 것이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광복절 사면 대상의 윤곽도 휴가 기간에 그려질 전망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휴가 후 '대통령 휴식'을 강조한 사진을 돌린 것처럼 이 대통령은 '국민의 안식'을 담은 집권 후반기 구상을 내놔야 한다. 국민들의 눈과 귀가 이 대통령의 여름휴가에 쏠리고 있는 이유다.


kyw@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