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날 차익을 실현하는 기관 투자자에게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무리한 이익회수가 시장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올해 코스닥시장에 신규 상장된 35종목 중 단 1종목을 제외한 34종목에 대해 첫날부터 대량 매도에 들어갔다.
지난 23일 코스닥시장에 첫 이름을 올린 중국 원예 공구업체 웨이포트는 상장 첫날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거래량은 2277만7540주로 보호예수 물량을 제외한 유통물량 1400만주를 훨씬 상회했다.
웨이포트는 공모가 1400원을 소폭 하회한 1395원의 시초가를 형성한 이후 잠시 상승하다 기관들의 매도물량과 함께 하락반전 했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상장한 크루셀텍도 거래 첫날 기관들의 차익 물량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하한가를 기록했다. 크루셀텍은 상장 첫날 시초가의 6.1%까지 상승했지만 곧바로 기관들의 물량이 출회하면서 하락세로 전환, 결국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했다.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 새내기주 공모물량을 상장 초기부터 매각하는 것은 코스닥 새내기주의 경우 상장 초기에 고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주보다 장기보유에 따른 위험이 크다는 점에서 기존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단기수익을 얻기 수월한 것도 한 이유로 점쳐진다.
기업공개(IPO) 기관배정 물량을 받는 대다수 일반 펀드들은 코스닥 새내기주에 장기투자하기보다 초기에 공모 차익만 챙기고 주식을 파는 것이 수익률 관리에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부분의 코스닥업체들이 공모 시점에 맞춰 재무제표를 최상의 조건으로 갖춘다는 점도 기관 매도의 또 다른 요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일반 펀드의 경우 공모주도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종목당 펀드 전체 규모의 10%까지 편입을 할 수 있다"며 "코스닥 새내기주의 경우 펀드를 운용하는 입장에서 단기 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기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보통 기관들은 거래 첫날 물량의 절반가량을 털어 낸다"며 "웨이포트 역시 1∼3%가량 오름세를 나타내는 과정에서 기관들의 매도물량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들의 매도물량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오후 들어 개인들의 투매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사업성과 무관하게 수급의 문제가 생긴 것"으로 풀이했다.
기관의 매도로 수급이 꼬이다보니 시장에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기관들이 수급 균형을 깨뜨리고 무리한 이익회수에 나서는 악수를 두는 것이 관행이 되고 있다"며 "공모주 시장이 주식시장에 비해 변동성이 심해져 기관의 신뢰가 추락하고 시장의 불규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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