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중동의 미친개(the mad dog of the Middle East).'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게 붙인 별명이다.
리비아는 오래 전부터 미국의 눈엣가시였다. 미국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 리비아를 '불량국가(rogue state)'로 낙인찍었다. 리비아가 대외적으로 반서방 외교노선을 추구하며 이슬람 무장세력들을 후원했다는 이유에서다.
리비아는 2003년 미국이 요구한 대량살상무기(WMD) 폐기에 합의했지만 양국간에 쌓인 앙금은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리비아 대통령 관저 공습, 리비아의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과 핵개발 전적 등 안 좋은 기억이 많아서다.
리비아가 한 달 전 국가정보원 소속 외교관 1명을 '비우호적인물(persona non grata)'로 규정해 추방한 일이 최근 뒤늦게 드러났다. 외교통상부는 이에 대해 처음에는 양국간의 '오해'라고 밝혔지만 이 정보요원은 리비아군의 무기목록 등 군사정보를 수집하다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리비아 내 북한 근로자들에 대한 동향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여전히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리비아로서는 미국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의 정보 활동이 달가울리 없다. 더욱이 군사 정보는 어느 국가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기밀이다. 외교가 일각에는 이번 사건이 리비아가 리비아와 카다피를 부정적으로 다뤄온 한국 언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외교관계에서 국가간 신뢰는 쉽게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리비아와의 외교분쟁이 터지자 언론들은 드러내놓고 '돈벌이'를 걱정하고 있다. 리비아는 지난해 한국 기업이 31억달러어치 공사를 따낸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정부의 정보활동이 과도했는지에 대해 되짚는 데는 소극적이다. 리비아를 '미개척지'로 보며 홀대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국과 리비아는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처음부터 다시 신뢰를 쌓아 올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실용 외교도 좋지만 신뢰와 균형이라는 외교의 기본을 다시 되짚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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