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7ㆍ28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 복귀에 성공하면서 그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권의 2인자', '소(小)통령', '실세 중의 실세', '친이(親李)계 좌장' 등 수많은 별명이 말해주듯 그의 정치활동 재개는 향후 여권 내 역학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이재오 당선인은 29일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앞으로 당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의 측근들 역시 "당분간 지역에 머물며 '낮은 자세'로 의정활동에 나설 것으로 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당선인의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은 15대부터 17대까지 내리 3선의 영광을 가져다준 곳이지만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선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선택하면서 이 당선인을 외면했다.
이에 이 당선인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초선 때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며 바닥 민심을 훑는 '나홀로' 선거운동을 벌였고 그 결과 지역주민들은 "이재오가 달라졌다"는 평가와 함께 야권 후보 단일화의 벽을 뚫을 수 있는 힘을 그에게 안겨줬다.
"그런 지역민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게 한 측근 인사의 전언이다.
그러나 과거 이 당선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직접 경험한 한나라당내 친박(親朴)계과 야당 측 인사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친박계인 이경재 의원은 "이 당선인의 원내 복귀가 구심점이 없던 당내 친이계를 결속하는 데 힘이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며 "특히 친박계와 대결 구도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적지 않다"고 긴장감을 나타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안 대표가 오늘 이 당선인에게 '이제 평당원이니까 대표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농담 삼아 얘기했는데 오히려 그 짧은 한 마디가 이 당선인의 여권 내 정치적 입지를 반영해주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이 당선인은 재보선 당선이 확정된 28일 밤 "그동안 (선거운동 하느라) 잠이 부족해 꿈 꿀 틈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이 당선인이 차기 대선을 바라보며 더 '큰 꿈'을 그리려 한다는 소문이 계속 들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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