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글로벌 선사, 컨테이너선 왜 대량발주하나

2010-07-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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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병용 기자) 세계경기 침체로 2년 동안 발주가 끊겼던 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 6위 선사 '에버그린'과 싱가포르 선사 'NOL'이 대규모 발주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NOL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에 최근 8000TEU급 컨테이너 선박 10척을 발주했다. 에버그린도 '10년 100척 신조 발주 프로그램'에 따라 삼성중공업과 STX조선해양에 각각 10척, 12척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최종 협상단계에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컨테이너선 시장을 공급과잉으로 보고 있다. 호황기 시절에 발주됐던 선박들이 지난해부터 연차적으로 인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주 및 유럽항로의 운임 회복세가 뚜렷해지자 컨테이너 선사들이 계선(운항을 중지하고 항구에 정박하는 것) 선박들을 항로에 투입, 선복량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572척이었던 계선 선박은 올 상반기 234척으로 크게 줄었다.

때문에 선박시장 공급과잉 현상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들 선사들의 대량 발주가 다소 의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시황분석센터장은 "최근 성수기 효과로 컨테이너 선사들이 선박 투입량을 늘리고 있다"며 "향후 시황을 고려하면 컨테이너 선사들이 너무 성급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에버그린과 NOL이 대규모 발주에 나서는 것은 △낮은 선가와 △풍부한 여유자금 △경쟁 선사 견제 등이 그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재 컨테이너 선박의 가격은 최근 상승에도 최고점 대비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슈퍼호황기' 시절동안 높은 신조가격 때문에 신보 발주를 꺼려했던 이들 선사가 선가 하락을 틈타 대량 발주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2~3년 정도 지나면 시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선박 건조에 2년 정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이 선박 발주에 적기"라고 전했다.

풍부한 자금도 한 몫 했다. 에버그린과 NOL은 최근 5년 동안 선박을 거의 발주하지 않아 건조 자금 부담이 경쟁 선사에 비해 적어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다.

이와 함께 경쟁 선사들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들 선사들이 고의로 선복공급과잉을 부추기고 있다"며 "이는 다른 컨테이너 선사들의 신조선 발주를 억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세계 1위 선사 머스크는 한때 200여척의 컨테이너선을 일시에 용선(배를 빌려), 다른 선사들에 높은 용선료 부담을 지운 사례가 있다.

궁극적으로 에버그린과 NOL은 이를 통해 글로벌 '톱' 선사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발목에 잡혀 신규 투자가 힘든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이들을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ironman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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