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금지) [인터뷰] 김재수 농촌진흥청장

2010-08-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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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농업 발목 잡는 쓸데없는 규제 없애야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선진농업국가로 가는 길의 장애물은 쓸데 없는 규제다. 선조들이 오랜기간 연구한 동의보감 등에서 나오는 기술 등도 과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28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농정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김재수 농촌진흥청장의 말이다.

김재수 청장은 전체 직원 1882명 중 박사만 840명이 존재하는 연구기관의 농업전문가들을 진두지휘 한다. 자신이 먼저 농업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조직은 쓰러진다는 일념하에 매일 공부하고 현장을 돌아다닌다.
그래서 김 청장에겐 주말도 휴가도 사치다. 항시 선진농업국가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그를 일벌레로 만든 것.

그는 환경, 농지이용관리, 야생동물보호, 식품관련 규제 등으로 농민을 옥죄고 있다고 전했다.

규제와 관련해 그는 "인삼을 가공하고 남은 부산물이 산업폐기물로 분류돼 있다"며 "상식적으로 인삼은 다먹어도 되는 천연재료다. 영양분 많은 인삼 찌꺼기는 밭이나 논에 거름으로 줘도 되고 소, 돼지 등 가축들에게 영양식으로 줄 수 있다"고 농민을 대신해 울분을 토했다.

실제 인삼은 잎부터 뿌리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작물이다. 산업폐기물로 분류되면 그 부산물은 아무나 취급할 수 없고 정부가 지정한 업자만이 관리.처분할 수 있다.  
이뿐만아니다. 실컷 농사 다지어놓았는데 산에서 멧돼지가 내려와 농사를 망쳐도 할말이 없다. 야생동물보호관련 규제 탓에 잡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만 볼 뿐.
얼마전 농진청이 개발, 시판한 누에그라는 천연재료로 만든 것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먹었을 때 어디에 좋고, 얼마나 안전한가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라고 식약청이 제재를 가했다. 그간 이문제 때문에 시판이 중단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농업산물을 연구.개발해서 상용화하는데 가장 발목을 잡는게 식약청"이라며 "임상실험은 굉장히 많은 시간과 돈이 소요된다. 다행히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곧 누에그라가 시판된다"고 김청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효율적인 규제가 우리 농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김 청장은 "쓸데없고 오래된 크고 작은 규제 등 탁상에서 만든 규제가 너무 많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농진청은 전 직원이 모여 1인1건 규제안을 발의하기로 한 것 .전반기 발굴한 것만 1000건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종합, 연구한 결과 대대적인 성과를 냈다"며 "지난 6월7일 열린 총리주재회의에서 규제개혁 100건을 풀었다. 그것도 한번 회의에서 말이다"고 강조했다.


<대담=송계신 정치경제부국장>

◆ 농업경쟁력의 핵심은 기술력..기후변화도 우리에겐 기회다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가야 한다는 비전으로 열심히 일하는 김 청장은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은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농업은 국가 어젠다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뒷받침하는 주역으로서 국가 신성장동력의 핵심이자 경쟁력있는 산업이다.  농업이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생물자원과 기술 융복합을 잘 활용하면 신성장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김 청장은 확신했다.

그는 에너지 절감 및 대체에너지 생산을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농업에 활용해 농가경영비를 줄이고 가축 분뇨 등 농업부산물을 대체에너지로 개발해 자원화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 기후변화도 이를 적극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작물의 재배치와 재배, 생리, 품질에 관련한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김 청장은 "기후변화도 기회요인으로 본다"며 "재배가능한 애플망고, 키위 등 새로운 아열대 작물을 적극 개발해 농가 소득원으로 보급한다"고 말했다.

생물자원활용으로 융복합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곤충이나 식물 등 생물자원을 활용한 기능성 소재 개발, 기술 융복합화를 통한 바이오 신약, 장기 개발, 한국형 식물공장 실용화 등 농업을 보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성장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누에고치를 이용해 세계최초 개발에 성공한 인공고막은 높은 재생률과 간단한 시술을 자랑하고 있다. 올해 말이면 임상실험을 거쳐 상용화 될 예정이다. 이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한해 2000억원이 넘는 수출이 전망된다. 이 기술을 토대로 인공뼈를 개발하면 이는 실로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것이라고 김청장은 확신했다.

농진청은 기술개발만 하는 곳이 아니다. 우리의 선진농업기술을 개도국에 지원하면서 국격도 높이고 있다. 베트남, 미얀마 등 10개국에 맞춤형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케냐, 나이지리아 등 16개국이 참여한 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도 운영하고 있다.


◆ 김재수 농진청장 인터뷰. 일문일답.


(송계신 정경부국장) 최근에는 영하 40도의 남극 세종기지 대원들이 신선한 채소를 직접 길러 먹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요?

(김재수 청장) 농진청이 지난 1월10일 콘테이너형 식물공장을 남극 세종기지로 보내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이 식물공장은 이동이 용이하도록 설계돼 있어 영하40℃의 남극은 물론 사막과 같이 온도가 높은 곳이나, 원양어선처럼 선박 등 어떠한 조건에서도 채소재배가 가능합니다.

남극에 보내진 소형 식물공장의 크기는 길이 6m, 너비 2.4m, 높이 3m의 컨테이너형으로 내벽을 20cm 우레탄으로 붙여 영하 40도에서도 견딜 수 있는 시설입니다.

이 시설에는 LED 빛, 수경재배(배양액) 시설 등 채소 기르기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를 설치한 이후 상추, 쑥갓, 케일, 새싹채소 등 13개 채소를 심었고 현재 1일 1kg 이상을 수확해 먹고 있습니다.

(송) 식물공장이라고 이름을 붙이신 이유가 있나요?

(김) 전통 농업의 개념은 땅에서 물, 공기, 햇볕을 이용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사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식물공장은 농경지가 없는 환경에서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식물을 생산해냅니다.

농장보다 공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는 공산품처럼 채소를 일정하게 제어된 환경 속에서 안정적으로 생산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송)앞으로 식물공장의 전망은?

(김)식물공장은 농업과 주변 첨단기술을 융·복합한 고효율 농업생산시스템으로 LED 등 소재산업의 활성화와 IT·BT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실용화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LED 등 주요 관련 소재의 발전과 더불어 경제성 있는 가격이 형성되면 초기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지열 등 자연에너지를 이용한 탈석유 에너지 투입시스템 도입으로 운영비용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자체 및 민간 기업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로 수년 내에 국내에서도 활성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기술의 선점으로 농업여건이 불리한 극·한지 등 해외수출 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입니다.


(송)식량부족과 새로운 품종개발을 위해서는 종자산업이 중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어느정도 수준인가요? 

(김)우리나라 종자산업 수준은 국내 종자시장 규모 5억8000만 달러로 세계 시장의 1.6% 수준입니다. 채소종자의 경우 재배면적 감소, 종자품질향상 및 육묘 증가로 종자소요량은 줄고 있으나 가격상승으로 시장규모는 유지되고 있다.
종자시장의 구성은 정부와 민간 주도 혼합시장체제로 형성됩니다. 정부는 식량작물을 개발 보급하고, 화훼·과수작목은 비경제작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식량작물의 민간시장 점유율은 벼·보리·콩은 1% 미만, 옥수수 55%, 감자 20% 수준입니다. 민간에서는 채소·화훼·과수·목초 등 경제작물을 개발 유통하고 있습니다.

원예용은 불완전한 형태의 상업적 종자시장이 형성돼 있습니다. 화훼·과수·약용작물은 정부가 품종개발을 주도하고 민간·농가는 이를 증식·유통하는 체계로 대외 로열티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진청은 선택과 집중에 의한 수출 대상국별 전용 품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수출대상국의 수출우위 품목을 선정해 채소류의 무·배추·고추는 중국, 일본에 화훼류의 국화, 장미, 나리는 일본, 네델란드를 겨냥해 선정했습니다. 주요수출품목으로는 무 151억원, 양배추 26억원, 고추 25억원, 배추23억원 입니다.

새로운 수출대상품목의 품종육성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유용유전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농업유전자원센터는 주요수출품목 자원에 대한 기능성, 품질 등 이용형질 특성검정 우선 실시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수출품목 유용유전자원의 수집·평가 및 민간업체에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러시아, 유럽, 남미 등에 수박·참외·멜론·토마토·양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농진청은 새로운 시장개척과 수출시장 다변화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자 수출국의 시장조사, 현지 검역조건 및 제도 등 문제해결, 해외품종등록 지원 등 수출지원 패키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종자업체의 국제 종자박람회, 원예박람회 등 적극 참여·지원·정보를 제공합니다.

세계 소비자대상의 맞춤형 품종육성 보급으로 수출시장 개척 및 경쟁력을 확보한 채소류 중심으로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송)농촌진흥청은 해외기술 교류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글로벌 협력을 통한 사업 성과는?

(김)대한민국을 포함한 아이사 12개국이 모여 지난해 11월 결성한 아시아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AFACI)를 구축했습니다. 지난 6일에는 가나 등 아프리카 16개국 참여해 만든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 협의체(KAFACI)를 서울에서 발족했습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농업기술협력 주도와 국격 제고를 도모했습니다.

아울러 개도국 농업기술지원을 위한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설치했습니다. 거점센터는 베트남, 브라질 등 4곳, 국가센터는 미얀마, 파라과이 2곳입니다. 올해는 필리핀, 캄보디아, DR콩고, 알제리 4곳이 추가될 예정입니다.

글로벌 청년리더 양성을 위해 해외인턴 파견도 지난해 65명에서 올해 120명으로 두배 가까이 확대했습니다. 얼마전 케냐에 파견나간 인턴이 자전거를 개량한 탈곡기를 개발해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고 있다고 합니다.

(송) 지난 6일 아프리카 16개국과 함께 농식품 기술협력을 위한 협의체가 출범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행사인가요?

(김)우리나라가 주도가 해 아프리카 지역의 농업기술협력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했습니다. 이를 한-아프리카 농식품 기술협력 이니셔티브(KAFACI)라고 합니다.

그 동안의 개별 국가별 협력성과를 기반으로 다자간 협의체 구성을 통해 농업분야에서 아프리카 리더국가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취지입니다.

(송) 우리나라의 역할은?

(김) 우선 농업기술협력으로 아프리카의 빈곤을 퇴치하고자 합니다. 세계 빈곤인구 3분의1이 거주하는 아프리카 지역에 우리나라의 농업·농촌 개발 경험과 조기 전수 및 정착 유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당당하게 원조를 해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농식품산업 발전과 식량안보를 위한 상호협력기반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급격히 변화하는 세계 농업환경에 아프리카 국가와 공동으로 대처할 방침입니다. 제프리 삭스 박사 등 저명한 국제개발 전문가들은 세계 빈곤타파를 위해 한국의 역할이 클 것이란 기대감 표명한 바 있습니다.
현재 새마을운동, 농촌개발사업, 벼 다수확기술 등 선진 농업기술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송)개발도상국을 돕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도 좋은 것 같은데요. 이번 KAFACI 발족으로 기대되는 효과는 무엇인가요?

아프리카 빈곤탈출과 경제개발에 농업부문이 가장 선도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개도국 빈곤퇴치 등 국제사회 기여로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에너지·자원 협력·유전자원 교환 등을 통한 녹색성장 기반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는 미국의 26분의1, 일본의 6분의1 수준입니다. 대한무역진흥공사에 따르면 KAFACI로 인해 국가브랜드 인지도 3% 상승해 36조원의 이미지 상승효과를 얻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글로벌 농업인재 양성 및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국내 농과계 대학생 및 대학원생 대상으로 현지 농업전문분야 지식과 경험축적을 통한 취업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산물 수출시장 확보 및 한국 식문화 확산을 유도 하고 있습니다. 우리 농업기술의 해외진출로 채소종자, 원예시설, 미생물 신소재 등 국내 민간 농산업 활성화를 이뤄내고 있습니다.

수요국 현지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를 한식세계화 전초기지로도 활용하고 있어 우리 식문화 전파에 의한 한류문화 확산 및 농식품·식자재의 수출시장 확보가 가능합니다.

(송)정부에서는 식품산업과 농업발전과 연계시켜 농업과 식품산업이 국가발전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는데 이와 관련해 농진청에서 추진한 한식세계화 등을 위한 주요 연구성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김)세계 식품산업은 자동차, IT 서비스 산업보다 규모가 크고 문화·관광·의학·유통 산업 등으로 파급 잠재력이 높은 산업입니다. 국내 식품산업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큽니다. 지난 2008년도의 통계를 살펴보면 세계 식품시장 규모는 약 4조 달러로 이는 자동차의 2.5배, IT 서비스의 5.6배에 달합니다. 현재 농정패러다임이 우리 인류의 건강과 소비자의 안전한 식탁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원료농산물의 생산에서부터 가공, 유통, 소비까지 모든 단계를 포함하는 식품체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식품산업과의 연계성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식세계화를 위해 추진하는 연구개발 방향은 크게 3가지로 한식세계화 및 전통식품 산업화기술 개발, 전통(발효)식품의 기능성 평가 및 상품화 지원연구, 한국형 식생활문화 정립 연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선 한식세계화를 위한 자원 확보성과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의 전통향토음식을 집대성해 '한국의 전통향토음식'이라는 총10권의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조리법 표준화 및 다국어화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엔 특허청과 MOU를 맺어 우리 전통향토음식관련 토종자원과 전통기술의 국제적 권리확보를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외국인의 식문화와 기호도에 맞는 메뉴발굴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아닌 문화권역별 해외 현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식에 대한 관능검사와 상품개발 연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미국을 대상으로 했고 올해에는 일본과 프랑스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추진 중입니다.

또 농진청의 KOPIA와 연계해 대상국의 식재료, 조리가공기술, 식생활실태, 식행동 등의 식문화자원을 수집·데이터베이스 구축, 한식세계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식이 건강식으로 세계인들에게 인식되기 위해 한식 식단의 우수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식섭취와 비만, 대사성증후군과 같은 만성질환과의 관련성 구명하기 위해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네덜란드 등 서구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리=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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