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현 두산그룹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총수자리에 올랐다. 그는 취임후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한편 내부 조직원들과 소통 강화에도 최선을 다했다. |
박용현(사진)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해 3월 그룹 수장자리에 오르기 전 지인들에게 던진 질문이다. 질문은 받은 이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페놀 사태'와 '형제의 난'을 들었다고 한다.
'페놀 사태'는 1991년 두산전자에서 페놀 원액이 새어나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대구의 수돗물을 오염시킨 사건으로, 두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져 두산그룹은 당시 최대 경영위기를 맞았었다. 지난 1995년 두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인 '형제의 난' 역시 '아름다운 형제경영'을 이어온 그룹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박용현 회장님이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셨다"며 "지난 10년 동안 중공업그룹으로 변모하며 '글로벌기업'의 거듭난 두산에 새로운 화두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 회장은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지난해 3월 두산 총수에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취임 일성에서 "진정한 글로벌 기업.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추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앞서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적 책임을 자신의 핵심적 경영 가치로 내건 박 회장과 두산이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의 핵심 경영 가치는 곧바로 현실화 됐다.
베트남 현지법인 두산비나는 지난해 5월 중앙대 의료원과 함께 현지 의료봉사활동을 추진했다. 베트남 꽝아이성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현지 중꾸엇 병원과 함께 30명의 안면기형환자 환자를 무료로 수술해 줬다.
또한 소아청소년과, 치과 등 의료진들은 인근 빈투언(Binh Thuan) 중학교에 임시 진료소를 열고 주민 700여명을 진료했다. 두산중공업과 중앙대의료원은 매년 베트남 현지 의료봉사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박 회장은 메세나 활동도 강화했다. 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두산아트센터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동할 기회를 주기 위해 지난해 7월 뉴욕 첼시에 '두산갤러리 뉴욕'을 개관했다. 앞서 6월에는 작가들에게 집과 작업실을 제공하는 '두산레지던시 뉴욕'도 문을 열었다.
숨가뿐 사회공헌을 펼쳐온 두산은 마침내 지난 5월 그룹 내 사회공헌활동을 실무적으로 총괄할 '사회공헌팀'을 지주회사인 ㈜두산에 신설했다. 계열사별로 흩어져 있던 사회공헌활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전개하기 위한 박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에 따라 두산 사회공헌팀은 올해 안으로 두산의 위상에 걸맞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게 된다. 연강재단과 그룹 계열사에서 별도로 추진하던 각각의 공익사업과 자원봉사활동을 조정 관리해 효율성도 높여 나갈 방침이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세상과 소통해온 박 회장은 그룹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동'에도 소홀함이 없었다. 그는 기술확보, 선제적 구조조정, 국내외 생산 네트워크 강화 등의 숨가쁜 일정 속에서도 현장 직원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빼놓지 않았다.
박용현 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은 현장에 있고, 그 근간은 직원들"이라는 생각을 평소 갖고 있다. 때문에 그가 취임 직후 제일 먼저 보여준 대회 활동도 국내외 사업장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 첫번째는 두산의 5개 계열사가 모여 있는 창원. 박용현 회장은 지난해 4월 창원에 있는 두산중공업 등을 방문했다. 이날 방문을 통해 경영진부터 현장 직원까지 만남의 시간을 갖었다. 특히 생산현장에 큰 관심을 갖고 현장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냈다.
또한 두산중공업 노동조합사무실을 예고 없이 방문, 관계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스스럼없는 대화를 건네며 특유의 따뜻한 리더십을 보였다.
지난해 5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중국 옌타이 현지 생산법인을 방문해 "세계적인 경기불황 속에서 중국시장에서의 선전이 매우 인상 깊다"고 말 뒤 전 직원과 악수를 하겠다고 자청했다.
일정에 없던 행사였지만 각 사무실과 현장 주재원, 현지 채용 인력과 일일이 인사를 하는 박 회장에게 감동 받은 직원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베트남 두산비나 준공식에 참석해 글로벌 현장경영을 이어갔다.
직원들에 대한 애정어린 관심은 신입사원도 마찬가지다. 박용현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2009년 하반기 신입사원 환영식에 참석해 다른 CEO들과 함께 신입사원들에게 일일이 배지를 달아주며 입사를 축하했다.
박용현 회장의 현장밀착경영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사상 최대 폭설로 서울시 교통이 거의 마비 상태에서도 박 회장은 강북을 오가며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서울 동대문 두산 본사에서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가 있는 강남 교보타워, 논현동 두산빌딩 등을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박용현 회장이 지난 1년 동안 출장일수는 총 67일. 국내외 합친 비행거리만도 총 7만8000여 마일이다. 이 중 대부분이 현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격려하기 위한 현장경영이었다.이처럼 끊임없는 소통을 강조해 온 박 회장. '또다른 100년을 준비하는' 두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ironman17@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